2026년 4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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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 부활 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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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다”(요한 20,1)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알렐루야.

 

우리 구세주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이 기쁨과 은총이 우리 교구 모든 신자와 가정에 함께하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부활의 기쁨이 교회를 넘어 이 세상에 널리 퍼져나가기를 기도합니다.

 

예수님의 죽음은 모든 것을 허무하게 만들었습니다. 모든 것이 허사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과 수많은 사람에게 십자가상의 죽음은 실패와 절망만을 남긴 듯 보였습니다. 육중한 돌로 닫힌 무덤을 보면서 그 슬픔은 더할 나위 없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비통한 마음으로 무덤을 향해 걸어갔던 여인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음을 보고 놀랍니다. 무덤은 비어 있었습니다. 빈 무덤 앞에서 비로소 여인들은 깨닫습니다. 그분께서 무덤에 계시지 않음을, 다시 살아나셨음을, 육중한 돌을 밀어내듯 죽음을 뚫고 생명으로 나가셨음을 체험합니다. 절망에 빠졌던 사도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빈 무덤을 통해 그리스도의 부활을 체험하면서 그들의 삶이 변화되었습니다. 절망과 허무가 사라진 자리에 기쁨과 희망 그리고 생명으로 가득한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이렇게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감을 말합니다. 부활을 뜻하는 ‘파스카’(Pascha)가 ‘거르고 넘어가다’라는 말에서 유래했듯, 부활은 죽음에서 생명으로, 절망에서 기쁨으로 ‘넘어간’ 사건입니다. 그리고 이를 체험한 이들 역시 절망을 딛고 기쁨으로 충만해지게 됩니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을 통하여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로마 6,4)라고 말하면서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니 그분과 함께 살리라고 우리는 믿습니다.”(로마 6,8)라고 부활 신앙을 고백합니다.

 

부활은 죽음을 생명으로 바꾸시는 하느님의 힘입니다. 그 힘이 우리를 지탱해 주어 우리도 생명으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러기에 부활의 기쁨을 경축하는 온 교회와 함께 우리 모두도 죽음에서 생명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게 되었다는 기쁨을 영위합니다. 하지만 이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변화는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음을 믿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낙담한 채,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의 모습이 이를 말해 줍니다. 그들은 스승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믿으려고 하지 않았기에, 들어도 듣지 못하고, 눈으로 보아도 알아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부활한 예수님은 성경 말씀을 통해 그들의 닫힌 눈과 마음을 열어주셨습니다. 제자들은 주님을 알아보고 의심에서 믿음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나아가는 자신들을 체험하게 됩니다.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부활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게 됩니다. 그들은 단순히 부활을 체험한 것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부활의 삶으로 용기 있게 나아갔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죽음에서 생명으로 나아가셨듯,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복음을 선포했습니다. 복음을 산다는 것은 체험을 넘어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구체적인 결단에서 시작됩니다. 주님께서 죽음에서 생명으로 나아가셨듯, 의심에서 믿음으로, 옹졸한 마음에서 열린 마음으로, 두려움에서 용기로, 단죄에서 자비로, 적대에서 연민으로, 자만에서 겸손으로, 계산적 사고에서 포용적 사고로, 부정적 사고에서 긍정적 사고로, 힘의 논리에서 사랑의 논리로 옮아감을 말합니다. 절망과 불안에서 용맹스럽게 다시 예루살렘을 향했던 제자들처럼 어제의 ‘나’에서 새로운 ‘나’로 변화되는 결심과 결단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는 이를 이렇게 가르칩니다.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오.”(콜로 3,1)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모두 부활의 증인입니다. 부활의 기쁨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통해 세상은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음을 깨닫게 됩니다. 제자들이 “우리들이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사도 4,20)라고 자신 있게 부활을 증언한 것처럼, 우리도 변화된 삶의 모습을 세상에 증언해야 합니다. 무분별한 개발과 과소비, 물신주의로 병든 이 세대에, 새 생명에 대한 마지막 존엄마저 위협받는 죽음의 문화를 거슬러, 무력에 의한 평화를 부끄러움 없이 선전하는 이 세상에 맞서, 우리는 부활의 힘이 무엇인지를 증거해야 합니다. 그래야 부활의 기쁨이 교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 구원을 위한 은총임을 모두가 알게 됩니다.

 

전쟁의 먹구름으로 모두가 함께 살아갈 내일을 걱정하는 오늘입니다. 무거운 무덤의 돌을 밀어내고 생명으로 나아가신 주님께서 세상에 건네신 첫 인사가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다가옵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19). 우리 모두 부활의 힘을 굳게 믿고, 부활의 증인으로 세상을 향해 평화와 희망을 전하는 이들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주님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천주교 인천교구장 정신철 요한 세례자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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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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