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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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부활 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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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그분을 거기에서 뵙게 될 것입니다.”(마르 16,7)

 

주님의 부활을 맞이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음의 사슬을 끊으시고 영광스럽게 부활하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을 폐지하시고, 복음으로 생명과 불멸을 환히 보여 주셨습니다”(2티모 1,10). 이 기쁜 소식이 온 세상에 울려 퍼지는 이때,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또한 전쟁과 긴장 속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기억하며, 불안 속에 살아가는 이들, 그리고 양심에 따라 살아가려는 모든 이에게도 주님의 위로와 희망이 함께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복음은 우리에게 이렇게 전합니다. 주간 첫날 새벽, 무덤을 찾은 여인들은 예수님의 몸을 찾지 못하고 당황합니다. 그러나 그때 들려오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 말씀은 우리 신앙의 중심을 이루는 기쁜 소식입니다.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찾고 있느냐?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되살아나셨다.”(루카 24,5-6)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역시 빈 무덤 앞에 서 있는 이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상처 입은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전쟁과 갈등은 계속되고, 많은 이들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은 우리에게 불안과 혼란을 안겨 줍니다.

 

그러나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빈 무덤은 절망의 자리가 아니라 새로운 생명이 시작되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부활을 통해 죽음이 끝이 아니며, 하느님의 생명이 어떤 어둠도 넘어선다는 사실을 믿습니다. 이 희망은 단순한 위로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의 삶을 새롭게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부활의 희망 안에서 ‘생명을 살리는 삶’으로 부르심을 받습니다. 이 생명은 우리의 관계 안에서 드러납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다시 손을 내미는 자리에서 드러나는 생명입니다. 그리고 이 생명은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을 향하며, 우리는 그들 안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납니다. 교황 레오 14세께서는 사도적 권고 「내가 너를 사랑하였다(Dilexi te)」에서, 가난한 이들의 상처 입은 얼굴과 무고한 이들의 고통 속에서 그리스도 자신의 고통을 보게 된다고 말씀하십니다(DT 9). 그러므로 우리는 고통받는 모든 이를 기억하며 기도하고 연대해야 합니다. 특별히 전쟁과 폭력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겪는 이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러한 부르심은 우리의 일상 안에서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가까이 있는 이들의 아픔에 응답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돕는 작은 실천 안에서 우리의 신앙은 살아 움직이며, 그 안에서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 가운데 살아 계심을 드러냅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삶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돌보는 책임으로도 이어집니다. 우리는 절제와 배려를 통해 창조를 돌보고 생명을 존중하도록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나아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안에서도 우리는 인간의 존엄을 중심에 두어야 합니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모든 기술은 인간을 소외시키는 도구가 아니라 서로를 연결하고 생명을 살리는 데 봉사해야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자리에서 생명을 지키고 살리는 길을 선택할 때, 우리는 부활하신 주님과 더욱 깊이 함께하게 됩니다.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 삶에는 여전히 두려움과 불안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때로 우리는 더 많이 가지려는 마음과 잃을지 모른다는 걱정 속에서 지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주님께서는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 천사의 말은 오늘 우리에게도 들려옵니다.

 

“여러분은 그분을 거기에서 뵙게 될 것입니다.”(마르 16,7)

 

그 ‘거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바로 이 자리입니다. 갈등과 분열을 넘어 화해를 선택하는 자리, 무관심과 혐오를 넘어 타인의 아픔에 마음을 여는 자리에서 우리는 부활하신 주님의 현존을 체험합니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각자의 양심에 따라 옳고 그름을 분별하고, 생명을 살리는 선택으로 하느님의 뜻에 응답하도록 초대받았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우리보다 먼저 그 길을 걸어가시며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제 우리는 부활의 증인으로서 절망이 아니라 희망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두려움에 머물지 않고 다시 일어나, 우리가 서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주님께서 보여 주신 사랑의 길을 따라 걸어가야 합니다. 다가오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는 우리에게 이 부활의 기쁨을 새롭게 체험하는 은총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2026년 부활 시기를 맞아, 참된 생명의 희망을 마음에 새기고 일상 안에서 그 기쁨을 누리시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우리가 만나는 이들과 그 기쁨을 나누며, 은총 안에서 살아가는 시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이러한 삶은 우리를 새롭게 하고 서로를 향해 나아가게 합니다. 우리가 서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부활하신 주님의 현존을 체험하고 생명의 증인으로 살아갑시다.

 

그리스도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알렐루야!

 

 

천주교 서울대교구장·평양교구장 서리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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