샥샥샥, 날렵한 가위질 솜씨에 머리털은 어느 틈엔가 멋진 형태를 드러낸다. ‘됐다’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신이 나서 폴짝폴짝 뛴다. 매월 셋째 주일이면 이른 아침부터 중복·중증·시각장애인 복지시설 경기도 여주 라파엘의 집(원장 정지훈)이 온통 들썩인다. 20년간 이어져 온 이발의 날이 밝은 것이다.
라파엘의 집에서 이른바 ‘명품 가위손’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들은 서울 역삼동본당 신자 5명으로 구성된 사랑의 이발 봉사팀이다.
이우중(베드로·70), 이병섭(스테파노·63), 김금식(야고보·62) 김석중(대건안드레아·58), 최연희(소화 테레사·50)씨로 구성된 봉사팀은 올해로 20년째 라파엘의 집 이용자들을 위한 이발 봉사에 나서고 있다.
누가 시키거나 강요한 일도 아니지만, 매월 쉼 없이 라파엘의 집을 찾는다. 교통비며 이용도구 비용 등도 각자 자발적으로 낸 회비로 충당한다. 지금처럼 도로가 잘 닦여지지도 않았고, 봉사차량도 없었을 땐 왕복 250여㎞ 거리를 시외버스를 몇 번씩 갈아타면서 오갔다. 몇 년 전 태풍 때문에 여주군으로 들어가는 다리가 무너졌을 때를 제외하면 단 한 번도 방문을 거른 적이 없다.
이발봉사는 20년 전 역삼동본당(주임 조군호 신부) 상아탑 쁘레시디움 단원들이 라파엘의 집으로 피정온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이우중씨는 당시 머리카락이 길어져 불편을 겪고 있는 장애인들이 넘쳐나지만, 정기적으로 이발봉사를 해줄 이들을 찾기 어렵다는 사정을 듣고,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는 전문 이용사 김금식씨에게 봉사를 권유했다. 그동안 두 사람을 구심점으로 많은 쁘레시디움 단원들이 봉사를 이어왔고, 현재는 5명이 고정팀을 이뤄 활동 중이다.
“라파엘의 집 장애인들을 만나면 꼭 천사들을 보는 것 같습니다. 남을 탓할 줄도 모르고 욕심 없이 사는 모습을 온 세상에 보여주고 싶고요. 라파엘의 집을 찾는 날은 세속에서 찌든 때를 벗기고 보속하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이들은 자신의 편의에 따라 선택적으로 하는 봉사가 아닌, 주변 이웃들이 필요로 하는 봉사에 적극 힘쓰겠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가장 어두운 곳을 밝히는 소명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어렵고 고달픈 길도 꾸준히 걷겠다는 다짐들이다.
14일, 7월 봉사의 날에도 봉사자들은 한숨 돌릴 틈도 없이 장애인들의 머리털 손질에 나섰다. 휠체어를 탄 이들은 ‘VIP’들이다. 일일이 이름을 불러가며 대화하는 모습이 한 가족과도 같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들도 많아, 간혹 혼란스러워지기도 하지만, 모두들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대처하는 솜씨가 꽤나 능숙하다. 오늘도 50여 명의 ‘손님’들이 밀려들었다. 청소와 이용도구 손질까지 마무리하고 나니 기운이 쭉 빠졌지만, 얼굴 표정만큼은 그지없이 환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