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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주일에 만난 사람] 마산교구 성서쓰기 부문 대상 김판수(베네딕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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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를 읽고 쓰면서 제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됐습니다. 못난 성격도 너그러워지고 사랑은 받는 것만이 아니라 베푸는 것임을 알게 됐죠. 제가 움직일 수 있는 한 저보다도 더 힘들게 사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지난 6일 마산교구 성서의 세계 특별전 에서 성서쓰기 부문 대상을 받은 김판수(베네딕토 40 마산교구 산청본당)씨는 성서가 자신의 삶을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99년 9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신구약 성서 필사를 4번 했다. 그러나 이 4번이 김씨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수감생활 중 시작한 성서쓰기는 처음에는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 위한 것 이었다. 그러나 두번째로 성서 필사를 할 때는 성서에 맛을 들이게 됐다. 그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필사했다. 세번째와 네번째는 또 달랐다. 마음의 눈으로 읽고 묵상하며 쓰게 된 것이다.

 김씨는 근이양증 즉 근육병 환자이기도 하다. 근육을 점차 못쓰게 돼 신체가 조금씩 마비되고 결국 호흡기관까지 마비되면서 죽음을 맞게 되는 희귀질환이다.

 김씨는 18살 때부터 이 병을 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병명도 몰랐지만 희귀병이며 치료법이 없다는 사실은 그에게 절망만을 안겨주었다. 가산을 탕진하면서 온갖 약을 다 써보았지만 호전되기는커녕 근육이 점점 더 마비돼 가기 시작했다.

  저에게만 왜 이런 병이 있는 것일까 불평 불만 투성이었죠. 여러차례 좌절하면서 자살까지도 생각했습니다. 성격은 점점 더 못되고 괴팍해져 갔습니다.

 게다가 모처럼 의욕을 갖고 시작한 사업이 부도나고 엄청난 빚더미에 앉게 된 김씨는 결국 수감생활까지 하게 됐다. 1999년 7월이었다. 이때쯤 김씨는 걷기도 힘들어져 목발에 의지하기 시작했다. 육체적ㆍ정신적ㆍ영적으로 최악의 시기였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이었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싫었다. 그래서 그 지루함을 달래보고자 선택한 것이 성서쓰기였다.

 중고등학교 시절 개신교 재단 학교를 다녔던 그의 마음에 성서 가 들어온 것이다. 그렇게 성서쓰기를 시작해 1년 쯤 지났을 때 김씨는 교정담당 수녀를 만나게 되고 미사에 참례하기 시작했다. 성서쓰기를 시작한 지 15개월 만에 첫번째 신구약 쓰기를 마친 김씨는 두번째는 가톨릭 성서로 필사를 시작했다. 그때는 사뭇 달랐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성서쓰기에 매달렸습니다. 밥 먹고 운동하고 자는 시간을 빼고는 오로지 성서쓰기만 했습니다.

 이듬해 봄 부활대축일 김씨는 베네딕토 란 세례명으로 다시 태어났고 성서쓰기에 매진했다. 10개월만에 성서쓰기를 끝내고 세번째 성서쓰기에 들어갔다. 그때부터는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있으면 소리 내어 읽어보고 묵상도 하게 됐다 고 김씨는 회상했다.

 김씨에게 수감생활은 전화위복 이었다. 제가 생각해도 오히려 저 개인에게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하느님 말씀을 접하면서 못난 마음이 부드러워졌고 이제는 제 병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습니까요.

  십계명 중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 (마르코 12 31)는 말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성서쓰기를 하면서 김씨는 자신이 사랑을 받기만 했지 누구에게도 베풀어 본 적도 없고 타인을 배려할 줄 몰랐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지난해 10월 출감한 김씨는 경남 산청 시골 마을에서 70살 노모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장애 1급으로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 30만원으로 힘겹게 살고 있다.

 하지만 김씨 얼굴에선 예전의 절망과 불평을 찾을 수 없다. 김씨는 요즘 컴퓨터에 푹 빠져 있다. 물론 매일 오전에는 성서쓰기에 매달리고 있다. 출감 후 6개월간 병원신세를 진 뒤 다섯번째 성서쓰기를 하고 있다.

  성서를 쓰면서 손을 움직이다 보니 손에 힘도 더 많이 생기게 됩니다. 마비 증상도 더 늦춰지는 것 같아요. 손 힘이 다할 때까지는 계속해서 성서를 쓰며 하느님 말씀을 가슴에 새길 겁니다.

 오후에는 컴퓨터에 매달린다. 카페 한국 근육병 환우회( htt
://cafe.daum.net/mdawin ) 운영진으로 환우들을 위한 음악방송을 하고 있으며 다른 사이트 등을 통해 사람들과 교류하며 근육병을 알리고 있다. 게다가 지난 3월 창립한 한국근육장애인협회(www.kmda.ne t) 총무로도 봉사하고 있다. 후원회원도 모집하고 때때로 부산지부 모임에 참석해 자신보다 더 못 움직이는 환자들을 방문하기도 한다.

  저도 환자이지만 그분들에 비하면 오히려 상태가 좋은 겁니다. 목발이라도 짚고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팔 다리를 전혀 움직이지 못해 집에서 누워만 계시는 환우들을 만나다 보면 예전에 병 때문에 그처럼 고민하고 절망했던 것이 오히려 사치스런 고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3~4년 뒤에는 이렇게 다닐 수조차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전까지는 저보다 더 어렵게 사시는 분들 열악한 상황에서 사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김씨는 마지막까지 근육병환자들을 위한 관심과 후원을 부탁한다 고 거듭 당부하면서 저를 위해서가 아니라 저보다 더 어려운 환자들 그리고 다음 세대에 있을 환자들을 위해 부탁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조은일 기자 anniej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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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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