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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한라봉ㆍ파주 복숭아 등
고랭지 작물 줄고 사과 재배
수온 상승으로 어종도 바뀌어
`제주 감귤``경북 사과`가 이젠 옛말이 될지도 모른다. 지구 온난화 탓에 기온이 오르면서 `한반도 과일지도`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0년간 한반도 평균 기온은 1.7℃ 상승했다.
농촌진흥청과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기온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농산물 재배지가 계속 북상해 지역 특산물이 바뀌는 기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김제(전북) 한라봉과 고성(강원) 녹차, 파주(경기) 복숭아, 영월(강원) 포도 등이 대표적 예다. 불과 20~3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지역 특산물이다.
제주도 특산물로 유명한 감귤은 전남(25㏊)과 경남(9㏊)지역 비닐하우스에서도 재배할 수 있게 됐다. 복숭아는 전남과 경남, 제주지역의 재배면적 비율이 1982년 19.3에서 올해 5.7로 급감한 반면, 경기도 파주에서는 재배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화과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남 영암이 주산지였으나 북쪽인 충북 충주에서도 재배되고 있다. 포도 역시 경북지역에서 고성 등으로 북상한 지 오래다.
한반도 최남단 제주도는 온난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제주에서는 현재 다양한 아열대 과실의 노지재배가 가능한 상황이다.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가 기후변화에 대응해 연구 중인 아열대과일은 망고와 구아바, 아보카도, 체리모야 등 7종으로,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제주도 유망품종으로 자리 잡았다.
아열대과일 등 높은 기온에서 잘 자라는 과일과 채소류 재배 면적은 점차 늘어나거나 북상하는 반면, 고랭지에서 잘 자라는 작물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고랭지 무나 감자 대신 사과와 블루베리 등으로 품종을 바꾸는 농가가 늘었다.
온난화는 한반도 어종(魚種)도 바꿔놓았다.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 의하면, 한반도 연안의 해수온은 지난 20년간 3~4℃ 상승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상반기 어업생산동향`을 살펴보면, 1~6월 어획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어종은 난류성 어종인 전갱이다. 전갱이는 지난해 상반기 4000t에서 올해 2만 2000t으로 450나 늘었다. 역시 난류성 어종인 고등어는 2만 5000t에서 4만 2000t으로 68 증가했고, 오징어와 꽃게도 늘었다.
가톨릭농민회 손영준(프란치스코) 사무총장은 "기후변화에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곳은 대규모 관행농 과수농가일 것"이라며 "기후변화로 작목을 변경한 가톨릭 농민회원은 아직은 없지만, 곧 닥칠 문제임에는 틀림 없어 지속적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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