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본당(주임 홍근표 신부)이 ‘서울의 첫 순교터요 마지막 순교터’로 지칭되는 관할 구역 내 ‘좌우 포도청’ (옛 ‘단성사’ 자리와 종로1가 89번지)자리의 순교사적 중요성을 알리는 일에 나섰다.
종로본당은 순교자성월을 맞아 ‘포도청의 곤장 아래서 십자가의 영광을 노래하라!’ 제하의 안내 팸플릿과 ‘포도청 순례자들의 기도문’을 제작, 전 본당 신자 및 교구 사제단과 본당에 배포하고 포도청 자리의 순교사적 의미와 중요성을 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관할 구역 내 신앙 선조들의 흔적을 찾으려는 노력에서 비롯된 ‘자발적인 순교자 공경운동의 발로’라는 공감대 속에 현재 추진되고 있는 ‘하느님의 종 125위 시복시성 운동’을 향한 아래로부터의 현양 운동에도 큰 도움이 되는 움직임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 천주교 최대의 순교터요 신앙 증거터’로 불리는 포도청은 1784년 한국 천주교회가 창설된 후 천주교 신자들을 색출해 내는 일의 중심이었으며 그런 관점에서 수많은 초기교회 신자들이 잡혀와 문초와 형벌 매질을 당하며 신앙을 증거하고 순교의 영광을 드러냈던 곳이다.
이 자리에서 순교한 이들은 최경환(프란치스코), 유대철(베드로), 유조이(체칠리아), 김성우(안토니오) 등 15명의 성인과 윤유일(바오로), 최인길(마티아), 심아기(바르바라) 등 5명의 하느님의 종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또 김대건 신부, 현석문 등 68명의 성인들을 비롯해 주문모 신부, 강완숙 등 32명 하느님의 종이 포도청에서 신앙을 증거했던 인물이다.
본격적인 포도청 알리기에 앞서 올해부터 매 미사와 회합 마지막에 포도청 순교자들을 위한 전구를 바치며 전 본당 신자들의 기도를 모아왔던 종로본당은 이번 팸플릿 제작 배포 작업과 함께 10월 21일에는 좌우 포도청 자리를 시작으로 새남터·절두산 등 교구 내 성지들을 돌아보는 도보 순례를 실시한다. 기도로 느끼고 지식으로 알았던 포도청 순교자들의 고귀한 삶과 신앙을 몸으로 직접 체험한다는 의미다.
교회 사학자들은 “종로본당의 포도청 알리기 노력이 특정의 교회 순례지만이 아니라 묻히고 잊혀 가고 있는 교회 사적지를 발굴 연구하고 조명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싶다”고 밝히는 한편 “이와 관련된 신앙 선조들의 삶이 드러나고, 또 이를 통해 자발적인 공경운동이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 인터뷰 / 종로본당 주임 홍근표 신부 “포도청의 순교사적 중요성 알리고파”
“1795년 을묘박해 때 ‘하느님의 종’ 윤유일, 지황, 최인길 등이 장살로 순교한 이래 1879년 마지막 기묘박해 때의 이병교, 김덕빈, 이용헌 등이 아사로 순교하기까지 수많은 신자들이 포도청에서 순교의 영광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포도청은 분명 한국교회 순교사의 첫 시작이며 마지막이기도 한 신앙의 증거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순교자성월을 맞아 포도청 자리를 소개하는 팸플릿을 제작하고 기도문을 만들어 보급하는 등 ‘포도청’의 역사적 의미를 전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종로본당 주임 홍근표 신부. 요즘 홍 신부는 어떻게 하면 포도청에서 신앙을 증거하다 스러져간 신앙 선조들의 삶과 신앙을 기리고, 포도청 터를 ‘기도하는 순례지’로 만들 수 있을까 골몰하고 있다.
홍 신부는 “특히 신앙의 해를 맞으며 가톨릭 신자들이 지녀야 할 본연의 ‘신앙’ 의미가 중요하게 대두되는 시점인데, 포도청에서 정정당당하게 신앙을 증거하고 끝까지 신앙의 끈을 놓지 않았던 초기교회 신앙 선조들의 삶은 그런 관점에서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홍 신부가 포도청에 관심을 가진 것은 종로본당에 부임하기 이전부터다. 특별히 명동본당, 세종로본당 등 서울 시내 사대문 내 본당 사목 경험이 있었던 홍 신부는 이들 본당의 본당사를 접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순교터, 신앙 증거터였던 포도청의 역사적 의미에 눈길을 두게 되었다. “수십 명의 성인들과 현재 하느님의 종으로 시복시성 대상인 이들도 다수 순교한 자리임에도 표지석 하나없이 신자들에게 그 중요성이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컸다”고 했다.
홍 신부의 이러한 안타까움은 지난해 포도청 터를 관할 구역으로 하는 종로본당에 부임하면서부터 기도운동 팸플릿 제작 등 본격적인 포도청 터 조명 노력으로 발전하게 됐다.
“포도청에서 신앙을 증거한 순교자들은 철저하게 하느님을 따르기 위한 신앙이었습니다. 하느님을 믿었기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러한 상태에서 신앙을 드러냈던 이들입니다. 그 믿음과 신앙을 우리 안에 되살려 보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홍 신부는 그같은 신앙 선조들의 고귀한 삶의 흔적을 알려주는 ‘표지석’이라도 세워져서 보다 많은 신자들이 포도청에서 신앙을 증거한 순교자들의 삶을 배우게 하고 싶다고 했다. 더 나아가 그 자리에 역사기념관이 만들어 졌으면 하는 것이 홍 신부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