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진주 라 불릴 만큼 20세기 초반 동양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손꼽혔던 전주 전동성당(사적 제288호)이 충남 태안에서 새 모습으로 탄생했다. 대전교구 태안본당이 본당 설립 40주년 기념 성당으로 전동성당과 똑같은 모습으로 새 성전을 건립했기 때문.
전국을 둘러본 후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당다운 건축물로 전동성당을 선정한 태안본당 신자들은 본당이 설립된지 40년이 돼도 태안에 성당이 있는 것조차 모르는 지역민들에게 멀리서 봐도 한눈에 바로 성당 건물이라는 것을 알려주고자 전동성당 모습 그대로 짓기로 한 것이다.
지금까지 전주교구를 비롯한 전국의 여러 본당에서 전동성당과 똑같은 성당을 짓기 위해 시도했으나 번번히 실패했다. 전동성당의 백미는 단순하면서도 화려하고 우아하면서도 장중한 외형미에 있다. 철근 콘크리트조 현대 건축공법으로는 다양한 형태의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 지은 전동성당의 건축미를 살리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태안본당은 이전에 시도했던 여러 본당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성당 건축에 풍부한 경험과 깊은 이해가 있는 시공사를 찾아나섰고 문화재 보수 면허를 갖고 있는 (주)한건종합건설에 시공을 맡겼다.
그러나 공사는 처음부터 난항을 겪었다. 제대로 된 전동성당 설계도면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확한 설계도면을 그리기 위해 한건 기술자들은 전주에 기거하면서 한달 보름 동안 전동성당을 실측했고 전동성당과 똑같은 벽돌을 쌓기 위해 전동성당 내외벽 사진을 800장 넘게 촬영했다. 또 전동성당 건축 때와 똑같이 흙가마에 장작을 지펴 벽돌을 구워냈다. 이렇게 만든 벽돌만 크게 26종이나 된다. 벽돌 형태를 조금씩 변형한 것까지 포함하면 사용된 벽돌은 50종이 넘는다.
이렇게 해서 지어진 태안성당은 외형이 전동성당과 일란성 쌍둥이처럼 닮았다. 다만 종탑 위 십자가 모양이 다를 뿐이다. 또 성당 안에 냉난방 설비실을 갖추고 있고 제단 지하에 성체조배실을 만들어 전체적으로 길이가 전동성당에 비해 4m 정도 길다.
새 태안성당은 철근콘크리트 구조에 벽돌을 쌓고 돌기둥에 구멍을 뚫고 H빔을 심어 구조적으로는 전동성당보다 몇배 튼튼하다고 성당 건축 관계자들은 전한다.
태안성당은 건축 과정에서도 많은 얘깃거리를 만들어냈다. 박월주(마르코 46)씨는 평생을 성당 건축 공사장에서 벽돌을 쌓으며 잔뼈가 굵은 기술자였다. 30년 넘게 성당 공사판을 다니면서도 신앙을 갖지 않았던 그가 태안성당을 지으면서 지난 11월 중순 세례를 받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성전을 지으면서 신앙을 갖지 않는 것은 하느님께 대한 모독 이라고 입교의 변(?)을 밝힌 박씨는 일과 후 고된 몸으로 교리교육을 받고 세례와 함께 관면혼도 받았다.
성당이 너무 아름다워 나도 몰래 발길이 이리로 향했다 며 찾아온 불교 신자가 성당 짓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 며 1000만원이 넘는 거금을 기증하기도 했다. 이처럼 평소 자기 발로 찾아오지도 않던 지역민들이 성당을 보기 위해 하루에도 수십명씩 태안성당을 찾고 있다. 심지어 개신교 목사까지 와서 성당을 꼼꼼히 살펴보고 간다.
이쯤 되니 본당 신자들도 신바람이 났다. 예쁜 성당에 놀러 오라 며 전교를 시작 지난해 324명을 세례시켜 대전교구 모범 본당으로 선정되기도 했다.(평화신문 제804호 2005년 1월1일자 보도)
태안본당 주임 신부(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해서 밝히지 않음)는 성당 건축물 하나라도 그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내면 자연스럽게 전교가 된다. 이것이 옛 선조들의 지혜 라며 새 태안성당을 시금석으로 비신자들이 전국 어디에 가도 성당을 찾을 수 있는 그런 성당들이 건립됐으면 좋겠다 고 희망했다.
현재 내부 마감공사만 남겨놓은 태안성당은 성물 기증자와 은인을 찾고 있다. 건축비 부족으로 마감 공사를 중단할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한건측에서 스테인드글라스 제작비 지불 기한을 무기한 연장하고 공기 연장에 따른 건축비도 탕감해 줬으나 신자 대부분이 노인인 태안본당 형편으로는 힘에 부친다.
신자들이 희생한 만큼 부족분은 하느님께서 채워주실 것 이라는 주임신부는 태안성당이 21세기 동양의 진주가 될 수 있도록 성전을 꾸며달라 고 도움을 호소했다. 문의:041-674-1004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