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시노드 후속문헌 서명, 평화로운 공존 강조
소수 그리스도인들의 종교자유 보호 거듭 요청
젊은이들에게 타 종교와 대화, 이해, 협력 당부

▲ 청년들이 우리는 주님을 사랑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교황 방문을 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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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종합】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14~16일 레바논 사목방문 기간 내내 종교 자유와 평화를 거듭 강조하며 중동사회가 폭력을 멈추고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대화를 시작할 것을 요청했다.
이번 사목방문은 교황이 중동 주교단에게 2010년 중동 주교시노드 특별회의 후속권고 `중동교회`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교황은 후속권고에서 이슬람교와 그리스도교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가톨릭교회 노력을 강조했다.
14일 레바논 하리사 성바오로대성당에서 후속권고에 서명한 교황은 세속화와 종교 근본주의 위험을 경고하면서 "교회 지도자들이 종파와 종단을 떠나 힘을 합쳐 참된 그리스도교 정신을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속권고는 86쪽 분량으로 중동 주교시노드 특별회의에서 논의한 중동지역 현안에 관한 교회 가르침과 지침을 담고 있다. 이날 서명식에는 중동 주교시노드 특별회의에 참석했던 정교회, 유다교, 이슬람교 등 타 종교 지도자도 함께했다.
교황은 "그리스도교 신자가 없는 중동은 더 이상 중동이 아니다"며 중동사회가 소수 종교를 박해하는 일이 더는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여성 인권문제도 언급하며 남녀차별 철폐를 촉구했다.
교황은 또 마지막 날 미사에서 주교단에게 후속권고를 전달하며 "이슬람교 신자가 다수인 중동사회에서 소수 종교인 그리스도교가 부당한 대우와 차별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안전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교황이 14일 하리사 성바오로대성당에서 멜키트교회 그레고리3세 총대주교 설명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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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은 15일 대통령궁에서 각계각층 인사들과 회담을 가지며 `평화의 순례자`로서 일정을 소화했다. 회담에는 미셸 술레이만 대통령과 정부 장관, 이슬람교 공동체 지도자, 가톨릭교회 주교단과 총대주교단 등이 함께했다.
교황은 회담에서 독재정권을 물리치고 `아랍의 봄`을 이뤄낸 중동사회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종교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다면, 중동사회에 평화는 없다"고 단호히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슬람교 박해와 공격으로 고향을 떠나는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며 종교 지도자들이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모범을 보일 것을 주문했다.
15일 저녁 브케르케 광장에서 청년들과 만난 교황은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증거자로서 부름을 받았다"며 청년들에게 신앙인으로서 소명을 일깨웠다.
교황은 "불확실한 미래와 높은 실업률이 가져다주는 불안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이 불안을 회피하려 하지 말고 주님께서 도와주실 것을 믿고 밝은 미래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청년들이 하느님 사랑으로 모든 사람들을 초대하며 참된 우정과 진실한 인간관계를 맺어 나가길 당부했다.
교황은 청년행사에 참가한 무슬림 청년들에게도 환영 인사를 건네며 그리스도교 젊은이들과 함께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를 당부했다.
한편 교황이 도착한 14일 레바논 북부 도시 트리폴리에서 이슬람인들의 반미 시위가 일어나 1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교황 사목방문 직전 미국에서 만든 이슬람 지도자 무함마드를 모욕하는 영화가 유투브를 통해 알려지면서 리비아와 이집트 등 아랍 국가에서 대규모 반미 시위가 벌어졌다.
교황은 14일 레바논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기자단에게 "레바논 사목방문은 폭력에 반대하며 중동사회를 대화와 평화로 초대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사태로 일정 취소를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레바논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 대화위원회 모하마드 사막 사무총장은 "트리폴리 사태는 교황과 전혀 관련없다"면서 "이슬람 공동체는 교황 방문을 환영하며 그리스도교 공동체와 평화를 이뤄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 신자들 간 오랜 내전으로 중동의 화약고로 불린 레바논은 현재 국민 절반이 그리스도교 신자로, 중동지역에서 그리스도교 신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레바논 가톨릭교회는 대부분 마로니트, 그리스-멜키트, 아르메니아 등 동방 가톨릭 전례를 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