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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 신앙의 전수를 위한 새로운 복음화`를 주제로 소집된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이하 시노드)가 7일 바티칸에서 개막됐다.
세계 각국 주교회의 대표들(대의원들)은 28일까지 새로운 복음화가 시급히 요청되는 현대사회 상황을 성찰하고, 어떻게 새로운 열정과 방법, 표현으로 신앙을 선포할 것인가에 대해 집중 논의한다. 한국에서는 전주교구장 이병호 주교가 참석 중이다.
#교황은 왜 시노드를 소집했나
이번 시노드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새로운 복음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교황은 그동안 현대사회의 신앙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크게 3가지 방안을 내놨다. 2년 전 교황청에 신설한 새복음화촉진평의회와 11일 개막한 신앙의 해, 그리고 이번 시노드가 그것들이다. 교황은 이 같은 일련의 방안을 내놓을 때마다 `변화와 쇄신`이 핵심인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과 그리스도교 신앙의 재발견을 돕는 「가톨릭교회 교리서」를 강조했다.
시노드 사무처 사무총장 니콜라 에테로비치 대주교는 "새로운 세대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이고, 신앙 전수는 결코 중단되는 일 없이 새로운 복음화 분야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세계 각국 대의원들은 교황의 인도 아래 기도와 대화, 친교 분위기 속에서 이 문제들에 관해 성찰할 것"이라고 밝혔다.
혹자는 "종교적 환경이 제각각인 나라에서 모인 대의원들이 3주 동안 이 거대한 담론을 풀어내고, 또 일정한 합의에 이르는 게 가능하냐"며 시노드 성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이런 일은 `의안집(Instrumen tum laboris)`이 있기에 가능하다. 의안집은 시노드에서 논의할 주제들에 대한 성찰 문헌이다.
시노드 사무국은 114개국 주교회의, 13개 동방가톨릭교회, 교황청 26개 부서 등이 보내온 의제개요(Lineamenta) 답변서를 취합해 제작한 의안집을 이미 대의원들에게 배포했다. 한국교회도 지난해 72개에 달하는 의제개요 문항에 나름 답을 달아 사무국에 보낸 바 있다.
#대의원들, 무엇을 논의하나
시노드가 한창 진행 중이기에 지금으로선 의안집을 기초로 논의 내용과 회의장 분위기를 짐작할 수밖에 없다. 의안집은 서론과 4개 장(章), 그리고 간략한 결론으로 이뤄져 있다.
의안집은 적지 않은 그리스도인들이 외면하고 있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을 강조한다(제1장).
이어 2장에서는 오늘날 복음화의 도전이 되고 있는 것들을 언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의원들은 크게 세속적 문화ㆍ이민(민족들의 혼재)ㆍ경제ㆍ정치ㆍ과학적 연구와 기술분야 등으로 나눠 복음화의 장애요소를 식별하고 있다.
대의원들은 이번 시노드에서 제3장 `신앙을 전수하다` 부문을 가장 열띠게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안집은 신앙의 장애를 교회 안팎에서 찾고 있다. 교회 안에서는 소극적 신앙생활ㆍ신앙교육 부족ㆍ신앙과 삶의 괴리 등이, 교회 밖에서는 세속화ㆍ허무주의ㆍ소비주의ㆍ쾌락주의 등이 장애요소라는 것이다.
의안집은 또 "신앙과 전례는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며 전례 안에서 복음 선포와 행동하는 사랑을 드러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줄 것을 대의원들에게 요청하고 있다. 또 "신앙의 해는 절박한 회개를 호소한다"며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의 불신과 스캔들에 대해서도 용기 있게 논의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 4장은 신앙 전수를 위한 실질적 과제와 노력이 주를 이룬다. 의안집은 "그리스도교 입문 성사들을 신학적 관점에서 더 잘 이해하고, 그 깊어진 이해를 사목적 실천으로 옮기는 모델들에 대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견진성사 거행 시기를 다양하게 두는 방안을 토론에 부쳤다. 또 "현대인은 스승의 말보다 좋은 표양을 주는 사람의 말을 기꺼이 듣는다. 스승의 말을 듣는다면 스승이 좋은 표양을 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현대의 복음선교」 41항; 158항)며 교회 일꾼들이 증거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주제로 던졌다.
#주교 시노드란
교황이 소집하는 주교 시노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과정에서 신설된 제도이다. 교회에 현안이 있을 때마다 보편 공의회를 열어 토론하고 결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보다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는 주교 대표자 회의체가 필요하다는 중론에 따라 신설된 것이다.
역대 교황들은 `가톨릭 신앙의 보전과 강화`(1967년) `직무 사제직과 세계 정의`(1971년) `평신도 소명과 사명`(1987년) `봉헌생활과 그 역할`(1994년) `교회 생활과 사명의 원천이자 정점인 성찬례`(2005년) `교회 생활과 사명에서 하느님 말씀`(2008년) 등을 주제로 시노드를 열었다.
시노드는 통상적으로 준비단계→본회의단계→후속단계로 진행된다. 이번 7~28일 본회의가 끝나고 대의원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면 교황은 대의원들이 표결하고 건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보통 1년 안에 후속 문헌을 발표하게 된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