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성당을 모델로 세워지고 있는 태안성당. 20억 넘게 들어간 공사비를 시골본당 신자들 자력으로 해결해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흙가마서 벽돌 만들어 한장한장 찍고 깎아 백년전 선조 믿음 살려
전주 전동성당 본떠 지어 공사관계자도 세례 받아
성당은 하느님과 만나는 영혼들의 쉼터일 뿐 아니라 친교의 마당이자 회개를 통한 새로남의 장이다. 이런 표현에 꼭 들어맞는 성당이 건립되고 있어 교회 안팎으로부터 커다란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해 7월 첫 삽을 뜬 대전교구 태안본당 새 성당.
태안반도 기행의 기점이라고 할 수 있는 충남 태안읍 동문 언덕에 올라가고 있는 태안성당은 요즘 마을주민들은 물론 전국 방방곡곡에서 찾는 이들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전주교구 전동본당 신자들이 찾았다가 혀를 내두르고 갔다. 건립 마무리단계에 들어선 태안성당이 꼭 자신들의 성당을 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안성당에 쏠리고 있는 눈길에는 남다른 점이 있다. 그간 ‘동양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꼽히는 전동성당을 본뜨고자 한 노력이 수차례 있어왔지만 전문가들조차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성당의 내·외장과 규모는 물론 성전에 들어갈 제대와 성물까지 전동성당을 모델로 세워지고 있는 태안성당은 100여년 전 전동성당을 짓던 신앙선조들의 마음과 자세를 되살려보자는데 신자들의 마음이 모이면서 비롯됐다. 그래서일까 성당을 짓는 과정에서도 특별한 무언가가 묻어난다. 벌써 20억 넘게 들어간 공사비 대부분을 본당 신자들 자력으로 해결해냈다는 것 자체가 시골 본당으로서는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신자 가정 대개가 노인이 절반 이상이라는 사실 앞에서는 불가사이함마저 느껴질 정도다. 누구네는 주춧돌을 아무개는 기둥을 어려운 이는 벽돌 몇 장을 봉헌하는 식으로 이뤄오고 있는 성전이어서 성당에 대한 신자들의 애정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오래된 성당을 복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당대의 정신으로 짓는다는 생각에 벽돌도 옛날식으로 흙가마에 장작으로 불을 때 한 장 한 장 만들어내는 정성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문화재 수리보수 면허’를 지닌 시공사 관계자들도 한달 넘게 전동성당에 상주하다시피하며 일일이 벽돌 크기를 재고 사진을 찍는 등 정성을 보탰다. 일반 규격벽돌이 아닌 제각기 다른 모양의 이형벽돌만 26종에 이르는데다 그마저 깎고 다듬다보니 성당 건축에 들어가는 벽돌만 50가지가 넘는다.
벽돌 쌓는데만 1년 넘게 걸리는데다 그 난이함으로 30년 경력의 조적 책임자 박월주(46)씨가 손을 뗄 정도였다. 지난 11월 20일 태안성당에서는 뜻있는 세례식이 열렸다. 공사 관계자 2명이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난 이날 세례식에는 박월주씨가 마르코라는 이름으로 함께하고 있었다.
“이런 성당을 지으면서 신자가 되지 못한다면 성전에 대한 모욕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솟아올랐습니다.”
공사 관계자들마저 감동시킨 이면에는 또 다른 사연이 자리하고 있다. 지역을 대표할 성당이 하루하루 올라가자 타 종교인들마저 일조하고 싶다며 건축 기금을 보태기도 했던 것이다.
본당 주임 구본국 신부는 “성당 건축을 통해 교회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영적으로 쇄신되고 있는 신자들의 애착을 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며 “이 성당을 통해 신앙 선조들의 초심을 발견하고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태안성당은 신앙선조들의 유지에 걸맞는 성당 내부에 들어갈 제대와 성물 의자 등을 설치하기 위해 뜻있는 독지가와 후원자 등을 기다리고 있다.
태안반도의 랜드마크로 우뚝 설 태안성당. 로마네스크와 비잔틴 양식이 빚어내는 건축의 아름다움에 신자들의 사랑이 더해져 교회 건축에 이정표가 될 성당은 100여년 전 신앙선조들의 믿음으로 신자들을 초대하고 있는 듯했다.
서상덕 기자 sang@catholictime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