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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시티=외신종합】 "하느님께서 우리 처마 밑으로 들어오고자 하실 때, 우리에게는 하느님께 내어드릴 방이 있습니까? 우리는 하느님을 위한 시간과 장소가 있습니까?"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12월 24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된 예수 성탄 대축일 밤 미사에서 전 세계와 신자들을 향해 이렇게 물었다. `여관에는 그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어서 아기를 구유에 뉘었다`(마태 2,7 참조)는 복음 말씀을 묵상한 강론을 통해서다.
"집없는 이들, 난민들, 이주민들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더욱 깊은 차원에서 커다란 윤리적 물음을 제기한다"면서 이같은 물음을 던진 교황은, 숨가쁘게 움직이고 기술에 내몰리는 삶을 사는 오늘날 더 빨리 움직일수록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이용하려고 노력할수록 시간적 여유는 더욱 없어진다고 말했다.
교황은 하느님께서 우리 마음의 문을 두드리신다 하더라도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 가득차 하느님께 내어드릴 방이 없다"면서 따라서 가난한 이들이나 이방인들에게 내어줄 공간도 없다며 하느님을 위한 공간을 내어드릴 것을 거듭 강조했다.
교황은 또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오히려 불관용과 폭력의 구실이 된 적이 있었다며 지난날 역사에서 종교가 그릇되이 이용된 것에 대해 가슴 아파했다. 그렇지만 "하느님을 거부하면 평화에 이르게 된다는 것은 거짓"이라며 오히려 "하느님의 빛이 꺼지면 인간 존엄이 없어져 버린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성탄 밤 미사를 집전하기에 앞서 24일 오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마련된 대형 성탄 구유를 축복하고, 자신의 서재 창턱에 있는 성탄 평화의 초에 불을 켰다.
교황은 아기 예수가 탄생한 팔레스티나에서 살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하느님의 평화와 자유 안에서 살게 되기를 기도하면서 시리아 내전 사태와 레바논, 이라크의 상황도 개선되기를 기원했다.
교황은 12월 25일 정오에는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발코니에서 로마와 전세계에 성탄절 축복 인사를 보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