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중곡동본당 청년들이 성당 로비에 세운 홍보 패널에 기아체험 도전 시간을 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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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가 몰려 있어 과식ㆍ과음하기 일쑤인 연말에 `쫄쫄 굶는` 이색 송년회를 연 이들이 있다.
서울 중곡동본당 청년연합회(회장 박윤형)는 12월 22~23일 송년의 밤 행사로 `24시간 기아체험`을 했다. 지구촌 곳곳에서 굶주리는 이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자는 취지다.
기아체험에 도전한 청년은 총 32명. 이들은 식사를 건너뛰는 것은 물론, 가난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와 영화 등을 시청하며 기아체험 의미를 되새겼다. 한 청년은 "구호팀이 나눠주는 빵을 받으려고 앙상한 손을 내미는 어린아이들 장면이 오늘처럼 가슴 아프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배고픈 상태에서 굶주리는 사람들을 보니 그들의 고통이 더 잘 와 닿는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청년들은 공복(空腹) 상태로 떼제기도를 바치고 묵상시간을 가졌다. 이튿날에는 본당 신자들에게 기아체험행사를 홍보하고 후원금을 모금하기 위해 합창과 밴드공연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열었다. 또 기아체험에 도전한 청년들은 자신의 후원자를 모집해 기아체험에 성공하는 시간별로 후원금을 받았다.
신자들은 `꼬르륵` 소리가 나는 배를 부여잡고 세계 기아 현황을 설명하는 청년들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후원금 마련을 위해 판매한 묵주도 금세 동났다.
박혜진(율리안나, 28)씨는 "평소 한 끼만 굶어도 예민해지는데, 18시간째 굶고 있으니 배가 고프다 못해 손이 떨린다"며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겠다는 다짐이 머리에서 마음으로 내려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윤영진(아가타, 54)씨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청년들이 기특하고 예쁘다"며 "이들의 도전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묵주를 샀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24시간째가 되던 23일 오후 8시, 기아체험 종료 선언을 하고 죽을 먹으며 차분한 송년회를 가졌다. 이들은 이날 모인 후원금 전액을 한국 카리타스에 기부했다.
김은아 기자 eun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