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0대 총각 구역장 방우진씨가 스마트폰에 저장해놓은 구역장 임명장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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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총각이 구역장이 됐다.
주인공은 이달 초 서울대교구 둔촌동본당 임승철 주임신부에게서 `둔촌2동 4구역장` 임명장을 받은 방우진(스테파노, 35)씨다. 17일 성당에서 만난 그에게 "본당과 교구를 통틀어 최연소 구역장인 것 같다"고 축하인사를 건네자 "나이 어린 저를 뽑아주신 어르신들을 봐서라도 열심히 봉사하겠다"는 각오로 대답을 대신했다. 또 "3년 전 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몫까지 두 배로 봉사하라는 하느님 뜻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부친(방재규 테오도로)은 본당 봉사활동을 원했지만 자영업을 하는 탓에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것을 늘 아쉬워했다.
그는 건설과 물품 등 조달 트렌드를 분석하는 회사에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신앙생활도 평범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취학 전에 영세했지만 남들처럼 부모 손에 이끌려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정도였다. 중ㆍ고교 시절에는 5년간 냉담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고3 때 삶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껴 다시 성당에 나가기 시작했다. 재수생이던 1998년 레지오 마리애 단원이었던 할머니 선종이 그의 인생을 변화시켰다.
"할머니가 그리웠나 봐요. 돌아가시고 나서 청년 레지오 마리애 단원으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어린 시절 기억 속의 할머니는 늘 손에 묵주를 쥔 모습이었어요."
할머니 뒤를 이어 레지오 단원이 된 그는 성실함 덕분에 입단 6개월 만에 쁘레시디움 단장이 됐고, 얼마 뒤에는 청년 꾸리아 간부에 임명됐다. 군 복무기간에는 밤샘 근무를 선 뒤에도 주일미사에 빠지지 않았다. 제대 후 다시 본당에서 성경공부를 했다. 요즘은 전례부에 가입해 한 주에 이틀 평일 새벽미사 복사를 선다.
그는 "성당에만 오면 행복했기에 기쁘게 봉사할 수 있었다"며 "학창시절에 작은 키 때문에 놀림 받았던 저를 하느님께서는 신앙의 기쁨으로 채워주셨다"고 웃음 지었다. 그는 학창시절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리더십과 친화력이 본당 활동을 통해 드러난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 미래를 위한 의견도 밝혔다. 교회 허리이지만 바쁜 사회활동 때문에 냉담률이 높은 청년들을 위한 특별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한국교회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둔촌동에만 20~35살 청년이 1000명이 넘지만 미사 때 10도 안 보여요. 냉담교우 가정을 방문해보니 대부분 `이끌어줄 신자가 없어 안 간다`고 하더군요. 구역장으로서 올해는 우리 구역 냉담교우 회두를 목표로 삼았어요. 기도해주세요."
이힘 기자 lensman@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