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평 남짓한 강원도 영월 상동공소 마룻바닥에 40~60대 남성으로 구성된 피정 참가자들이 흰 초를 중심으로 동그랗게 둘러앉았다. 참가자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색깔의 두루마리 천을 자신의 자리 앞에 펼쳐놓았다.
“가운데 놓인 흰 초는 어둠을 밝히고 길을 인도하는 빛이신 주님입니다. 여러분이 초를 중심으로 펼친 두루마리 천의 색은 지금껏 걸어온 자신의 인생길을 의미해요. 지금부터 색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나눌게요.” 피정 지도를 맡은 이 마리사무엘 수녀(노틀담 수녀회)가 말했다. 이날 피정에 참가한 박천우(미카엘·60)씨는 회색과 노란색 천을 골랐다.
“회색 천은 어두웠던 과거를 뜻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제게 펼쳐질 인생길은 밝은 노란색입니다. 그 어디에서도 쉽게 나눌 수 없었던 마음속 짐을 또래 세대 여러분 앞에 용기내어 내려놓습니다.”
박씨의 나눔을 시작으로 참가자들은 아들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살아온 소설보다 더 힘든 인생길을 진솔하게 나눴다. 한 사람 한 사람 나눔이 끝날 때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이야기 마냥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지난 1월 26일, 원주교구 황지본당(주임 김현수 신부)이 마련한 생애 주기별 맞춤식 피정에 참가한 40~60대 남성 신자들의 피정의 모습이다. 이날 프로그램은 ‘나의 모습, 나의 길’이라는 주제로 40~60대 남성 신자를 위해 특별히 마련된 시간이었다.
본당은 생애주기별로 삶 안에서의 고민과 관심사가 각기 다르다는 점에 착안, 맞춤식 프로그램을 통해 신앙 안에서 연령대별 해법을 모색하는 피정을 마련했다. 이번 피정은 전 신자를 대상으로 연령별 총 다섯 팀으로 나눠 1월 22~27일 진행됐다.
특히 이번 피정은 참가하는 대상에 따라 세분화된 맞춤식 프로그램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교회의 미래세대인 청소년·청년을 대상으로 한 피정에서는 앞으로의 신앙을 계획하고 준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중·장년 세대는 지금까지 숨 가쁘게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다양한 역할 안에서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나눴다. 또 어르신들을 대상으로는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행복한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꾸몄다.
피정을 기획한 김현수 주임신부는 “요즘 사회에서 흔히 얘기하는 ‘생애주기별 00(각종 프로그램)’을 신앙적으로 접근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계속 생애주기별 피정의 필요성을 느껴왔습니다. 맞춤식 피정을 통해 피정의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이번 피정이 교회 내 갈수록 다양해지고 새로워지는 신자들의 신앙 욕구에 부응하는 ‘시작’이 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