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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손과 발 돼주는 지금이 축복"

중풍 아내 돌보는 구순의 이영철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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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철옹이 아내 편정애 할머니 팔을 주물러주고 있다.
 
 
  "제 아내는 오래전부터 아픕니다. 26년 전 어느 날 중풍으로 쓰러져 15년 전부터 혼자서는 아예 몸을 가누지도 못합니다. 늘 성당에 나가자는 아내 권유에도 뜻을 굽히지 않다가 환갑이 돼서야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제 저는 성당에 가지 못하는 아내를 위해 매일 평화방송TV를 켭니다."

 무릎 관절이 불편한 것 외에는 91살 어르신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한 이영철(요셉, 전주교구 익산 주현동본당)옹은 중풍과 치매 증상으로 병상에 누운 아내를 오랫동안 간호하고 있다. 이제는 거동을 하지 못해 방에만 있는 아내 편정애(마리아, 86) 할머니를 위해 기도문을 읽어주고, 평화방송TV의 기도와 미사 프로그램을 틀어준다.

 2월 12일 익산시 인화동에 있는 집에서 만난 노부부는 그날도 정오가 되자 어김없이 평화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삼종기도에 따라 두 손을 모았다. 아내도 남편 기도 소리를 따라 어눌한 말투로 기도를 바쳤다. 기도가 끝난 후 이옹은 굳어진 아내의 손목을 한참이나 주물러줬다. 노부부의 소박한 신앙생활이다.

 이옹은 아내가 쓰러진 후 매일 식사를 차리고 목욕과 대소변을 해결해주고 있다. 이옹은 "제가 뒤늦게 요리사가 된 후 아내 입이 고급이 돼버렸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아내 입맛에 맞춘 식단을 차려준다. 흰죽과 먹기 좋게 잘게 썬 고기반찬은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다. 편 할머니는 `남편이 든든하고 좋다`는 표현을 하려던 듯 힘겹게 말을 꺼내다 말고 남편을 바라보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1947년 결혼한 부부가 어느덧 인생을 함께 보낸 지도 60년이 훌쩍 넘었다. 이옹은 철도 기관사로 일하다 관둔 후 장사를 했다. 아내는 묵묵히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육 남매를 키웠다. 한때 이옹이 빚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경제적 어려움이 닥쳤을 때에도 편 할머니는 새로 장사일에 뛰어들어 가세를 유지하는 데 힘을 보탰다.

 편 할머니는 결혼 전부터 신자였다. 어머니 신앙을 물려받은 자녀들은 모두 유아세례를 받았다. 육 남매는 학창시절 복사와 교리교사 등 단체활동으로 신앙심을 키웠다. 꾸준한 봉사활동과 후원 등으로 이웃을 위했던 편 할머니의 신앙은 후손에 이어져 현재 손자들을 포함해 30여 명 가족 모두가 천주교 신자다. 자식들이 걱정할까봐 어디 아프다는 이야기 한 번 안하는 노부부를 위해 자녀들은 정기적으로 방문해 두 손 가득 든 반찬으로 냉장고를 채우고, 어머니 병간호를 돕고 간다.

 큰아들 이희동(베드로, 63)씨는 "어머니께서는 본당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고, 이웃 돕기에도 늘 묵묵히 참여하시며 우리에게 주님 사랑을 일깨우셨다"면서 "현재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를 따라 묵묵히 신앙생활을 하고 계신 것"이라고 말했다.

 집에서 가장 늦게 세례를 받은 이옹은 이후 본당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하며 이웃에 주님 사랑을 전하는 데 동참했다. 4년 전에는 아내 병시중을 들면서도 신약성경을 완필해 본당 노인대학에서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옹은 현재 아내 병간호를 하면서 매일미사와 주일미사에 빠지지 않고 참례해 성당을 못 가는 아내를 대신해 주님 말씀을 듣고 온다. 이옹은 아침ㆍ저녁기도와 삼종기도, 가정을 위한 기도를 모두 외워서 매일 바친다.

 이옹은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난 또래 친구들에 비하면 저는 축복받았지요. 하느님 곁으로 가기 전까지 이렇게 미사에 참례하고 조용히 아내와 기도하며 지낼 거예요"라며 웃음 지었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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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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