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옥수동본당 봉사자가 홀몸 어르신에게 밑반찬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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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날이 따뜻해져서 반찬이 쉴 수도 있으니까 바로 냉장고에 넣으세요."
"매번 고마워서 어쩌나. 커피라도 드시고 가."
3월 23일, 김순남(헬레나, 79) 할머니가 서울 옥수동본당(주임 정진호 신부) 사회사목분과장 이미경(아녜스, 55)씨와 신자들 손을 잡아끌었다. 이씨가 "20군데를 더 돌아야 한다"며 사양하자 김 할머니는 아쉬운 듯 대문 밖까지 나와 오랫동안 손을 흔들었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어려운 이웃에게 밑반찬을 전달하는 `사랑의 반찬나누기` 봉사자들이다. 이날 이들은 각종 반찬과 유정란을 담은 봉지를 양손에 가득 들고 30가구를 찾아다녔다. 이들은 좁은 골목을 누비며 반찬을 전달하고 안부를 물었다. 자동차가 들어갈 수 없는 길을 걷는 데는 꼬박 3시간이 걸렸다.
이씨는 "어르신들 식사도 식사지만, 혹시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았는지 살펴보기 위해 3년째 직접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옥수동본당은 홀몸 어르신 16명에게는 배달 업체를 통해 아침마다 요구르트를 배달하고 있다. 가족과 왕래가 거의 없는 1인 가구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독사(孤獨死) 등의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옥수동성당이 있는 서울시 광진구 매봉산 일대는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였다. 2010년 대규모 재개발로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아직도 매봉산자락 끄트머리에는 판잣집들이 촘촘히 자리하고 있다. 대부분이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이고, 특히 노령인구 비율이 높다.
이 때문에 본당은 봉사단체 `나눔의 묵상회`를 중심으로 홀몸노인들을 살뜰히 챙기고 있다. 이웃에게 필요한 맞춤 서비스를 세심하게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지역 주민센터와의 연계 덕분에 가능하다. 지역 주민들의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공공기관과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의 명단을 공유하고, 이들에게 필요한 점을 파악하기 때문이다.
설에는 떡국과 쌀, 가을에는 김장김치, 겨울에는 연탄 등 계절에 필요한 물품을 넉넉히 제공한다. 이에 필요한 기금은 본당 카페와 바자, 음악회 등으로 조달한다.
수혜자를 결정할 때 가톨릭 신자 여부는 상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본당이 기대하지 못했던 선교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날 밑반찬을 전해받은 한 할머니는 "고마운 마음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성당에 나가기 시작했다"며 "주일미사는 빠지지 않고 참례해 나를 도와주는 이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했다.
정 신부는 "옥수동에는 여전히 어려운 이웃이 많이 살고 있다"며 "그 중심에 있는 본당이 예수님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바로 새로운 복음화 실천의 길"이라고 말했다.
김은아 기자 eun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