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교황 프란치스코는 성품이 파격적일 정도로 소탈한 데다 평소 무엇을 설명할 때 비유를 즐겨 든다.
교황이 3일 주례 일반 알현을 마치고 퇴장하다 다리에 깁스를 한 소녀가 눈에 띄자 다가가서 깁스에 쾌유를 비는 사인을 해주고 있다. 【바티칸=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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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시티=CNS】 새 교황은 비유 화법의 달인?
교황 프란치스코도 평소 성경 속 예수 그리스도 못지않게 비유 화법을 즐겨 쓴다. 최근 「교황 프란치스코; 호르헤 베르골료와의 대화」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책을 보면 복잡한 신학적 개념과 교회 가르침을 비유를 들어 설명하는 대목이 많이 나온다.
이 책은 2010년 부에노스아이레스대교구장 시절에 인터뷰한 내용을 엮어 출간한 「예수」라는 제목의 대화집 개정판이다. 현재로선 스페인어판으로밖에 접할 수 없다.
교황은 이 책에서 행정 업무에 치중하거나 소수 사람만을 상대하는 교회는 결국 병에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떼를 찾아 밖으로 나가지 않고 은둔과 고립을 자처하는 목자는 목자가 아니라 양털을 꼬불꼬불 퍼머하는 데 시간을 쏟는 미용사"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현시대 상황은 목자가 아흔아홉 마리 양을 놔두고 길 잃은 한 마리 양을 찾아나서는 성경 속 비유(마태 18,12-14) 상황과 정반대"라며 "오늘날은 우리 안에 겨우 한 마리만 있고, 나머지는 모두 나가서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또 지혜와 여유가 없는 노년을 `맛이 시큼하게 변한 포도주`에 비유했다.
"언젠가 공항에서 나이 많은 유명한 기업가가 수화물 짐이 늦게 나온다고 격분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참을성 없는 젊은이라면 이해하겠지만 그 나이에…. 그 노인을 보면서 저 사람은 노년의 지혜를 즐길 줄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마치 오랜 세월 속에서 숙성된 고급 포도주가 아니라 오래 둬서 맛이 상해버린 포도주 같더라니까요."
교황은 아이를 키우는 것을 연날리기에 비유하기도 했다.
"어릴 때 친구들과 연을 날리는데, 연이 8자 모양으로 엉켜서 곤두박질치려고 하는 거예요. 그럴 때 줄을 감으면 안 돼요. 아이들은 `줄을 풀어! 연이 흔들리게 풀어!`하고 고함을 칩니다. 자녀가 방황하고 흔들리면 다그치려고만 하지 말고 시간을 좀 주세요. 성경에서도 아버지는 집 나간 아들(루카 15, 되찾은 아들의 비유)이 경험을 통해 깨닫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주셨잖아요."
또 "죄의 얼룩은 내가 씻어내야만 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하느님만이 제거하실 수 있다"며 "죄를 지었다면 얼룩을 빼려고 세탁소에 갈 게 아니라 먼저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면서 나 자신과 화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통과 분노에 대해서도 재미있는 비유를 들었다.
"분노는 하늘을 올려다보기조차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꽉 들어찬 집 같은 거예요. 반면 고통은 사람들이 많다 하더라도 최소한 하늘은 올려다볼 수 있는 도시 같은 거고요. 고통은 기도와 우정에 열려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분노보다는 차리라 고통이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