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5월 29일 오전미사를 마친 어르신 복사단이 박준호 주임신부와 함께 엄지손가락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복사 옷을 입고 있는 어르신이 이날 미사 복사를 선 정순봉 할머니와 박노건 할아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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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엔 여자는 감히 제대 근처에 가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신부님 옆에서 함께 미사를 하다니 정말 감사드릴 일이지요."(정순봉)
"하느님께서 도와주시니 하는 거죠. 복사를 하니 하느님 뜻에 어긋나지 않게 살려고 더 노력하게 되더라고요."(박노건)
서울 노량진동본당(주임 박준호 신부) 평일 오전미사를 책임지고 있는 어르신 복사단을 5월 29일 성당에서 만났다. 이날 미사 복사를 선 박노건(요셉, 88) 할아버지와 정순봉(마리아, 79) 할머니는 "이 나이에도 하느님 도구로 쓰일 수 있어 그저 감사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 할머니는 이날 절뚝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성당에 왔다. 전날 다리를 다쳐 걸음이 불편할 정도였지만 복사를 못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주님께서 도와주실 테니 참고 해보자"라고 마음먹었다. 정 할머니는 "제대에 오르는 일은 언제나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박 할아버지는 어르신 복사단 최고령이다. 처음 복사를 설 때는 미사 참례자가 모두 자신만 쳐다보는 것 같아 긴장을 많이 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미사 전례가 몸에 뱄다. 박 할아버지는 "복사단 활동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노량진동본당 어르신 복사단은 할머니 6명, 할아버지 4명이다. 모두 70대 이상으로 본당 내 어르신 모임인 안나회와 요셉회 회원이다. 복사단은 박준호 주임신부 제안으로 1년 전에 결성됐다. 어르신이 늘어나면서 본당에서 어르신들께 활동하고 봉사할 기회를 마련해 드려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박 신부는 "교회에 어르신들이 점점 늘어나는데, 이분들이 본당 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처음엔 어르신 복사단을 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어르신이 없었다. 할머니들은 "여자가 어떻게 제단에 오르냐"고 손사래를 쳤고, 할아버지들은 "거룩한 미사에 늙은이들이 실수라도 하면 어쩌냐. 부담돼 못하겠다"고 주저했다. 그래도 박 신부 권유로 복사단으로 활동하다 보니 이처럼 영광스러운 일도 없었다.
복사단장 이정기(마리아, 71) 할머니는 "젊은이들보다 동작은 조금 느리겠지만, 미사마다 온 마음을 다해 정성스럽게 복사를 서고 있다"면서 "하느님을 위해 봉사할 수 있어 은총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