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홍기범 신부가 신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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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하느님 현존을 느낄 수 있었던 가정방문이 저에게도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서울 대치2동본당 주임 홍기범 신부는 5월 31일 2년에 걸친 가정 축복 가정방문을 마쳤다. 홍 신부는 "특수사목만 20년 하다 보니 본당 사목 경험이 부족해 사목 구조를 빨리 파악해야 했다"며 "본당 사목위원과 달리 일반 신자를 만날 기회가 적은 것도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가정방문 배경을 밝혔다.
좋은 의도였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동기 사제들은 "요즘 누가 가정 방문을 원하냐. 강남 지역인데 괜히 했다가 힘들 수 있다"고 만류했다. 홍 신부는 고민 끝에 본당 신자들 의향을 물었다. 미사에 참례하는 1600여 가구중 670여 가구가 가정방문을 신청하며 큰 호응을 보였다.
총구역장과 구역ㆍ반장이 함께한 가정방문은 가정기도와 가족 및 집 축복, 개인 면담으로 이어졌다. 한 가정당 30분이 채 안 되는 방문이지만 많은 가정을 일일이 방문하기란 사제에게도 구ㆍ반장에게도 쉽지 않았다. 많을 때는 하루 20가정이 넘는 방문에 한 반장은 "등산하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사제 방문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신자들 모습은 이들에게 큰 힘이 됐다.
특히 마음에 상처가 있는 신자는 사제 방문에 말 못할 속내를 드러내고 치유를 받았다. 암 말기로 투병 중인 한 신자는 잠시 요양원에서 나와 아파트 1층 현관 입구에서 사제를 맞았다. 많은 이들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사제와 깊은 유대감을 쌓았다.
마지막 가정방문 날 홍 신부의 방문을 받은 박영선(로사, 54)씨는 "성당에서야 신부님과 눈인사 나누는 정도지만, 직접 집으로 찾아오셔서 축복해주시고 대화도 나누니 더 가까워진 느낌"이라며 "이런 경험이 신앙생활에 큰 도움이 될 거 같다"고 말했다.
신자들은 축복받은 자신의 집이 하느님의 집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곧 공동체의 활력으로 이어졌고, 본당 사목에 원동력이 됐다. 본당이 속한 11지구 내 몇몇 본당이 대치2동본당의 모범을 따라 가정방문을 시작한 상태다.
유금순(가타리나, 58) 여성 총구역장은 "가정방문을 마친 신자들은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고 말한다"며 "본당 행사 참여율도 높아지고 구역ㆍ반장들의 유대도 깊어졌다"고 전했다.
홍 신부는 "힘든 가정방문 일정을 마쳐 시원섭섭하다"며 "본당에서만 신자를 만났다면 사제와 신자 간의 거리감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가정방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