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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이 람페두사 섬 앞바다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꽃다발을 던지고 있다. 【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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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시티=CNS】 프란치스코 교황은 8일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 섬을 사목방문하고 난민에 대한 형제적 사랑을 강조했다.
교황이 로마를 벗어난 첫 사목방문지로 람페두사 섬을 찾은 것은 아프리카 난민 문제를 유럽사회에 환기시키기 위한 것이다.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120㎞ 가량 떨어진 람페두사 섬은 아프리카 난민들이 유럽으로 가기 위한 주요 밀항지로, 난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해마다 수백 명의 난민이 아프리카에서 배를 타고 섬으로 오는 도중 물에 빠져 숨지는 곳이기도 하다.
교황은 미사에 앞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희생된 이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한 뒤 꽃다발을 바다로 던졌다. 람페두사 섬 앞바다에서는 지난 25년간 2만 명이 넘는 아프리카 난민들이 숨졌다.
교황은 이날 미사 강론에서 "지난달 아프리카 난민들이 바다에 빠져 익사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심장에 가시가 박힌 듯했다"면서 "이곳에 와서 기도하고 사람들 양심을 일깨워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교황은 "희망의 수단인 보트가 죽음의 통로가 됐다"고 안타까워하면서 "우리 형제들이 흘린 피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아무도 이 죽음에 책임지지 않고 슬퍼하지 않는 현실을 개탄하며 "경제의 세계화는 무관심의 세계화를 만들어 냈다"고 비판했다.
교황은 또 "웰빙 문화는 오직 개인만을 생각하게 하고 다른 이들의 눈물에 무감각하게 만든다"면서 "우리는 형제들에 대한 무관심에 용서를 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날 참회와 속죄를 나타내는 보라색 제의를 입고 미사를 주례했다. 또 야외에 마련된 제대와 독서대는 난민들이 타고 온 나무배로 만들어 의미를 더했다.
쥐시 니콜리니 람페두사 시장은 "교황님 방문은 지중해를 건너오는 아프리카 난민 문제를 책임지지 않으려는 유럽사회를 바꾸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면서 "교황님은 모든 나라가 부정했던 난민들의 존엄을 회복시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