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뇌물을 좋아합니다. 다만 내게 뇌물을 가져오면 관뚜껑을 덮을 때까지 비밀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하고, 믿을 만한 사람에게서만 돈을 챙기고 있습니다. 다행히 이 사실이 발설되지 않아 다들 나를 매우 깨끗한 사람으로 압니다. 죽음을 맞아 하느님 앞에 섰을 때 하느님께서는 나를 어떻게 보실까요?"
21일 서울 구로2동성당(주임 문종원 신부) 대성전. 중고등부 학생 및 청년, 자모회원 등 250여 명이 한 원로학자의 강의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다. 본당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 기념 신앙의 해를 맞아 마련한 청년 특강이다.
`젊은이들이여 힘을 냅시다. 사랑이신 하느님께 희망을 걸고`를 주제로 한 특강에는 양승규(시몬, 79) 서울대 명예교수가 강사로 나섰다. 부제로는 `참된 성공을 위한 원로학자의 해답`을 달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를 위해 일가에 대한 압류조치와 압수수색이 이뤄지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있었다고 정상 간 대화를 폭로하고 악용하는 것을 보며 무엇을 느끼느냐"고 물은 양 교수는 "우리 사회에는 거짓과 위선이 판을 치고 있다"면서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똑바로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어떻게 돈을 벌 것인지에 집착하면 인간은 타락할 수밖에 없으며 목적이 좋아도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진실이 손해를 가져온다 하더라도 그리스도인이라면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승민(바오로, 고1) 학생은 "좋은 대학에 가서 높은 자리에 올라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 싶은데,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 정직하지 못한 방법을 택해도 되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양 교수는 "정직한 삶을 택하는 것이 일시적으로는 출세를 못하는 것 같지만 하느님 뜻이라면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다"며 "기도하라"고 답변했다.
청년들은 `하느님이 정말 계시는지 어떻게 아느냐` `갈등과 선택의 기로에서 어떻게 하느님 뜻을 찾을 수 있는지` `사회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등을 물었다.
박보영(요안나, 31)씨는 "성당에서는 기도하는 신앙인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지만 밖에서는 위선적 모습으로 살아온 것을 반성했다"며 "세상에서도 선을 좇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청년특강을 마련한 서정훈(구로2동본당 보좌) 신부는 "우리 모두는 다 출세하고 돈 많이 벌고 싶고 높은 지위에 올라가고 싶지만, 손해 좀 보고 정직하고 선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성공하는 삶임을 확실히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