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20일
본당/공동체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정전 60주년 기획] 주일 아침 빨치산 방화로 옛 목조 성당 전소

"6ㆍ25 순교자 믿음이 서려있는 아름다운 성당" - ④ 김제 수류성당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자연과 어울려 한폭 수채화 같은 풍광을 자아내고 있는 수류성당은 영화촬영지로 각광받으면서 많은 이들이 찾아오고 있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어느새 8월이다. 무상을 전하는 생명의 몸짓이 아름답다. 사계를 두고 변해가는 자연의 색조가 마냥 경이롭기만 하다. 달이 바뀌고 계절이 변할 때마다 풍경이 세상의 경치만이 아니라 마음의 그림으로 다가오는 까닭은 인간도 어김없이 자연에 순응하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김제는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지역이다. 벼가 익어가는 광활한 벌판을 따라 후백제 견훤의 한이 서린 고찰 금산사가 있는 금산면을 지나 화율리로 들어서 한가한 시골길을 한참 가다 보면 상화마을이 나온다. 수류성당은 상두산을 마주한 상화마을 입구 널따란 언덕배기에 자리 잡고 구원에 목마른 순례자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수류본당은 전주 전동본당과 함께 1889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본당이다. 신앙의 힘으로 뿌리내리고 친교로 새순을 내밀어 사랑으로 복음의 열매를 맺어온 지난 124년의 경륜을 웅변하듯 성당 맞은편에는 족히 100년은 넘어 보이는 아름드리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수류본당은 1895년 9월까지 모악산 깊은 골짜기에 있는 배재마을(현 전북 완주군 구이면 안덕리)에 자리 잡았다가 그해 10월 수류에 있는 전주 이영삼 진사의 재실을 매입, 심산궁곡을 떠나 평야 지대로 나왔다. 본당 주임 라크루 신부는 재실을 성당과 사제관으로 고쳐 사용했다. 동학혁명이 막 끝난 뒤라 마을에 성당이 들어서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주민들은 떠나고, 그동안 제대로 미사에 참례하지 못했던 각처 신자들이 이주해와 주민 400여 가구가 모두 천주교 신자인 완전한 교우촌을 이뤘다. 수류는 지금도 교우촌 명맥을 유지해 주민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다.

 현 수류성당은 1959년에 다시 지은 벽돌집이다. 이전 성당은 프와넬 신부가 설계해 1906년 착공, 이듬해 8월에 준공한 48칸의 목조건물이었는데 그 모습이 익산 나바위성당과 흡사했다고 한다. 프와넬 신부는 서울 명동과 대구 계산, 전주 전동, 익산 나바위성당 등을 설계한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다.

 이 목조 성당은 1950년 9월 24일 화재로 전소됐다. 인민군과 빨치산들이 주일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성당 안에 모여 있는 신자들을 몰살시키려고 불을 질렀기 때문이다. 다행히 성당에 갇혀 있던 신자들은 화마를 피해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으나 인민군과 빨치산에게 체포돼 50여 명의 신자가 순교했다. 또 수류에 피란 와 있던 당시 전주교구장 김현배 주교와 신부 8명, 수녀 14명이 체포돼 전주교도소와 원평교도소, 금산면 내무소로 압송되는 고초를 겪어야 했다.

 휴전 후 수류본당 신자들은 구호물자를 적립해 성당 신축 경비를 마련했다. 신자들은 소실된 옛 성당처럼 목조건물을 짓지 않고 직접 냇가에서 모래와 자갈을 채취해와 벽돌을 만들어 성당을 지었다. 성당 지붕은 옛 성당이 불탈 때 주워 모아두었던 함석을 그대로 사용했다.

 수류성당은 이렇듯 한국전쟁 순교자들의 피 흘림과 초근목피로 연명하면서 자신의 안위보다 하느님 성전을 먼저 생각한 신자들의 희생으로 지어졌다. 밭에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사람이 있는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사듯(마태 13,44 참조), 수류 신자들은 자신들의 생명을 연장해줄 양식을 내다 팔아 세상의 보물보다 더 값진 하느님의 집을 지은 것이다.

 성당 내부는 단순하다. 너무 단순해 오히려 돋보인다. 나무로 치장된 제단에는 장막 위에 세워진 십자가와 그 양편에 성 요셉상과 예수성심상이 장식돼 있다. 또 감실 앞에는 성모자상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벽면 양편에 `십자가의 길 14처`가 설치돼 있다. 이것이 모두다. 더 이상의 장식은 하나도 없다. 군더더기 없이 전례와 기도에 필요한 것으로만 꾸며져 있다.

 성당 뒤편 옛 돌담길과 마을을 가로지르는 개울, 계단식 논과 밭, 그리고 야트막한 농가들. 처음 보는 외지인에게도 먹을거리를 내미는 훈훈한 인심. 수류성당이 있는 상화마을이 더욱 마음의 풍경으로 다가오는 것은 사랑이 있는 삶터기 때문일 것이다.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3-08-04

관련뉴스

말씀사탕2026. 9. 20

마르 5장 19절
주님께서 너에게 해 주신 일과 자비를 베풀어주신 일을 모두 알려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