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티칸 영화도서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영화 필름들.
8000개가 넘는 영화 필름을 소장하고 있는 바티칸 영화도서관은 가톨릭 영화사의 보물창고다.
|

▲ 1896년 제작된 영화 `레오 13세` 중 한 장면.
앉아서 손을 들고 있는 이가 레오 13세 교황이다. 【CNS】
|
【바티칸시티=CNS】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이 트위터를 시작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인스타그램(사진공유 SNS)에 등장했을 때 언론들은 바티칸에 뉴미디어 혁명이 시작된 것처럼 교황의 SNS 사용을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가톨릭교회가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매스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혁신적 기술을 이용했던 역사를 되짚어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가톨릭교회는 15세기엔 인쇄술을, 20세기엔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적극 활용했다.
영화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1896년 교황청이 만든 레오 13세 교황 영상은 가장 오래된 영화 중 하나로 꼽힌다. 이 흑백 무성영화에는 안경을 쓴 나이 든 레오 13세 교황이 마차에서 내려 지팡이를 짚고 걷거나,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 손을 들어 카메라를 축복하는 모습 등을 담고 있다. 비오 12세 교황은 교황의 하루를 소재로 한 영화 `천사 같은 목자`(Pastor An-gelicus)에 직접 출연, 최초로 영화에 출연한 교황으로 기록됐다. 1942년 개봉된 이 영화는 당시 유럽 전역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흥행에도 성공, 교황을 대중에게 친숙한 존재로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비오 12세 교황은 영화 제작을 위해 8개월간 촬영 관계자를 교황청에 머물도록 배려했다.
바티칸 영화도서관 클라우디아 디 지오반니 관장은 "비오 12세 교황은 라디오와 TV, 영화 등 각종 매체를 폭넓게 활용했다"면서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교회가 세상과 가까이 있음을, 교황이 결코 바티칸에만 머물러 있는 존재가 아님을 알리며 세상에 희망을 선물했다"고 말했다.
복자 요한 23세가 1959년 설립한 바티칸 영화도서관은 교황과 교황청 행사와 관련된 역사적 영상은 물론 상업 영화에 이르기까지 8000개가 넘는 영화 필름을 소장하고 있어, 가톨릭 영화사의 보물창고로 불린다. 1911년 제작된 드라마 단테의 신곡 중 `지옥`(Inferno)편은 바티칸 영화도서관이 유일하게 소장하고 있으며, 같은 해에 제작된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관련 최초의 영화도 있다.
도서관에는 작은 영화 상영실이 있는데, 복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이곳을 애용했다. 교황청 사회홍보평의회는 요한 바오로 2세를 위해 1년에 2~3차례 영화를 상영했는데, 그중에는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황으로 선출되기 전 직접 쓴 극본으로 만들어진 영화 `보석가게`와 `우리 주님의 형제`도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영화 애호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덴마크 영화 `바베트의 만찬`(1987년)과 이탈리아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길`(1954년)을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