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강서지역에서 유일한 성모 순례지 성당으로 지정된 발산동성당에서 신자들이 성모신심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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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10시 서울 발산동성당. 주일도 아닌데 400여 명의 신자가 성당을 메웠다. 이날 봉헌된 성모신심 미사에 참례하고 전대사를 받기 위해서다.
이날은 마침 한국교회의 수호자 원죄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이어서 새벽 6시에도 이미 한 차례 미사가 봉헌됐다.
본당 신자는 물론 이웃 화곡동, 방화동, 신월동과 멀리 일산에서도 이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성당을 찾았다. 미사를 주례한 이대영 주임신부는 성모의 원죄 없으신 잉태에 대해 쉽게 설명하고 "하느님의 뜻만을 생각하며 사셨던 성모님의 삶을 본받아 일생을 티없이 살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강론했다.
`천주의 모친`을 수호성인으로 모시고 있는 발산동본당은 지난 2010년 1월 1일자로 교황청 내사원 허락을 얻어 서울대교구 강서지역(제17지구)에서 유일하게 로마 성모 마리아 대성전과 영적 유대를 맺고 성모순례지 성당으로 지정된 뒤 매월 첫째 주 월요일에 성모신심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로마 성모 마리아 대성전은 제36대 리베리오 교황(재위 352~366) 때 건립돼 하느님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첫 성전이다.
성모 순례지로 지정된 성당은 △성모 마리아 대성전 봉헌 축일인 8월 5일을 비롯해 △성당 봉헌일 △하느님의 어머니 동정 마리아의 모든 축일 △1년 중 한 차례, 어느 날이든 신자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한 날 △(성모)신심을 갖고 모인 신자들이 지정 성당과 성지를 순례할 때마다 지정 성당 및 성지에서 전대사 특전이 수여된다. 현재 한국 천주교회 내에선 발산동성당을 비롯한 32곳이 성모 순례지 성당으로 지정돼 있다.
한편, 발산동본당 주임 이대영 신부는 5년 전 사제생활 20년차의 중견 사제 때 페루 리마 빈민촌본당에서 5년간 보좌신부로서 선교활동을 펼치다 올 여름에 귀국한 독특한 이력의 사목자다. 선교사 생활을 마친 후 올 9월 발산동본당 주임으로 부임한 이 신부는 "선교사로 떠날 때 각오를 지금도 되새기고 있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5년 전 이 신부는 평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평안함에 안주하지 않는 가난한 사제가 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겨울비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사에 참례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신자 모두에게 "조심해서 가시라"며 일일이 인사하는 이 신부의 뒷모습을 본 신자들은 "십자가를 지신 가난한 예수님을 닮지 않았냐"고 기자에게 반문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