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윤성규 새 신부가 서울성모병원 본관 성당에서 환자들을 위해 첫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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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암 4기를 진단받고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던 암 환자가 완치된 몸으로 제의를 입고 제대 위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29일 사제품을 받은 윤성규(안동교구) 신부. 그는 8일 자신이 투병생활을 하며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이게 해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을 다시 찾아 본관 성당에서 첫 미사를 봉헌했다. 환자들에게 하느님의 은총을 전하기 위해서다.
"저는 암 병동의 환자였습니다. 이곳에서 투병생활을 하며 신부님과 수녀님, 직원, 봉사자분들의 돌봄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제가 받은 사랑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해주며 살고 싶습니다."
링거병을 달고 휠체어에 몸을 맡긴 환자와 보호자들은 윤 신부의 강론에 귀를 기울이며 눈물을 훔쳤다. 자리가 없어 서 있는 이들도 있었다.
"인생에는 맞바람이 붑니다. 그렇지만 늘 하느님께서 함께하심을 깊이 받아들일 때 그분의 사랑이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울부짖는 기도도 그분은 다 들어주십니다."
윤 신부는 이어 "우리가 주님의 뜻 안에 머물 때 가장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며 "예수님은 우리에게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고 말씀하신다"고 환자들을 격려했다.
안동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컴퓨터 관련 일에 종사하던 윤 신부는 2000년 림프종 4기를 진단받았다. 당시 윤 신부의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치료가 어려워지자 간호사들과 간호부 수녀, 원목실 담당 신부는 윤 신부의 부모가 운영하는 과수원에서 수확한 사과를 병원에 가져와 팔았다. 교계 잡지에 윤 신부의 사연을 소개해 치료비를 마련하는 등 모두 제 일처럼 나섰다.
2000년 11월 `바오로`라는 세례명으로 대세를 받은 윤 신부는 정식 세례를 희망했고, 투병생활을 하며 교리공부와 성경필사를 해나갔다. 2001년 보례를 받고 퇴원했다. 2006년 안동교구 소속으로 대구가톨릭대 신학대학에 입학해 사제의 꿈을 키웠다.
유방암을 앓고 있는 딸을 간병하고 있는 이응희(스텔라, 63)씨는 "암 환자였던 신부님의 미사를 통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이 살아 계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셨다"며 "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많은 환자가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만큼 하느님을 신뢰하며 병마를 이겨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신부가 입원했던 당시 병동의 간호수녀였던 박영혜(마리빅토리아, 서울성모병원 가정간호팀장) 수녀는 "우리가 간호했던 환자가 사제가 되어 다시 만나게 돼 무척 기쁘다"면서 "이것이 바로 우리가 병원사목을 하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신부님을 통해 다른 환자들도 치유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 신부는 미사 후 환자와 보호자들을 일일이 안수하며 하느님의 축복을 전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