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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20일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추기경과 함께하는 이산가족을 위한 특별미사에 참석한 이산가족들이 겨레 화해와 일치, 통일, 이산가족 상봉을 기원하며 간절히 기도를 바치고 있다. 오세택 기자 |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세덕 신부)는 5월 20일 서울 명동 주교좌성당에서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추기경과 함께하는 이산가족을 위한 특별미사’를 봉헌했다.
이산가족과 후원회원 500여 명이 함께한 이 날 미사는 이산과 망향의 아픔을 달래고 겨레의 화해와 일치, 통일을 기원하는 자리가 됐다. 또 염 추기경과 함께 조규만(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와 유경촌(교구 사회사목 담당 교구장 대리) 주교, 황인국(평양교구장 서리 대리) 몬시뇰, 정세덕 신부 등이 함께해 이산가족들을 따뜻하게 위로했다.
염 추기경은 미사 강론에서 “더는 이산가족의 슬픔과 고통을 방치해서도 안 되고 그 어떤 정치적 이유로도, 그 어떤 이념의 논리로도 피를 나눈 부모·형제의 만남을 막아서는 안 된다”면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70년 가까이 왕래는 물론 서신조차 교환하지 못하고 살아온 가족들이 다시 만나는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라고 남북 당국자들에게 촉구했다. 이어 “신자 여러분들도 하루속히 이산가족들의 만남이 성사되고 서로 왕래하면서 함께 살 수 있도록 이산가족들과 함께 아파하고 기도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하고, 성모께 겨레의 화해와 일치를 이루도록 전구를 청했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미사에 앞서 성악가 민은홍ㆍ김민조(가타리나)ㆍ박준서ㆍ강경묵씨 등이 출연한 가운데 ‘꽃밭에서’와 ‘사명’, ‘그리운 금강산’ 등 가요와 가곡을 들려주는 시간을 마련했고, 미사가 끝난 뒤에는 이산가족들에게 염 추기경 묵주를 선물했다.
1951년 1ㆍ4후퇴 직전 월남한 평양교구 서포본당 출신 김만복(로사, 81, 서울 후암동본당) 할머니는 “요즘도 새벽 5시면 일어나 하루 20∼30단씩 민족 화해를 지향으로 묵주기도를 바친다”면서 “평양교구 신우회 미사에는 꼬박꼬박 나오지만, 교구장님께서 직접 주례해주신 오늘 미사는 잊지 못할 것 같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죽기 전에 월남 당시 8살, 16살 연상이던 두 언니를 꼭 보고 싶은데, 살아계실지 모르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역시 1ㆍ4후퇴 때 남하한 개성본당 출신 고 로사(82, 서울 명동본당)씨도 “그동안 숱하게 상봉 신청을 했지만, 아직도 멀었다는 말만 들었을 뿐 상봉이 한 번도 성사되지 못해 애만 태웠다”면서 “오늘 미사에 함께하며 얼마나 가족 생각이 많이 났는지 모른다. 미사를 마련해주신 교구 민족화해위원회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오세택·김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