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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탈주민들이 미사 중 `통일을 위한 다짐`을 종이에 써 봉헌하고 있다. 김유리 기자 |
“버섯전골을 처음 먹어봤어요. 기차도 처음 타봤고요. 오늘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것이 많네요.”
김미애(가명, 43)씨는 저녁 식사로 나온 전골이 맛있다며 서울에서도 전골을 먹을 수 있는지 물었다. 남한에 온 지 2년째지만 기차를 타본 것도 처음이라고 했다. 평소 직장과 북한이탈주민(탈북자) 쉼터만 오가다 보니 타지에 가는 일이 손에 꼽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세덕 신부)가 북한이탈주민의 남한 적응을 돕기 위해 5월 24~25일 배론성지를 중심으로 충북 단양을 여행하는 문화체험 행사를 열었다. 이번 ‘기차 타고 떠나는 1박 2일 여행’에는 서울대교구의 북한이탈주민 쉼터와 공동생활가정 등 9개 공동체에서 북한이탈주민과 관계자 100여 명이 참여했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기차를 타고 단양역에 도착한 이들은 근처 관광지를 둘러보며 체험활동을 했다. 수족관 관람, 래프팅, 의림지 산책 등의 관광코스가 이들에게는 모두 처음 접해보는 경험이었다. 지난해 한국에 들어온 박우철(가명, 19)군은 ‘여행’이라는 개념 자체를 몰랐다고 밝혔다. “기차를 타고 오면서 창밖으로 산이랑 들을 지나오는 게 신기했어요.” 부모나 형제 없이 혼자 탈북한 박군은 현재 공동생활가정에서 또래 탈북 청소년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배론성지 도미니코회 봉쇄수녀원의 협조로 수녀원 성당에서 북한이탈주민과 수녀들이 함께 미사를 드렸다. 정세덕 신부가 주례한 미사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은 통일을 위한 자신의 다짐을 종이에 적어 예물로 봉헌했다. 허리가 잘린 한반도 모형에 ‘서로 사랑하겠습니다’, ‘통일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와 같이 저마다의 결심을 담은 종이를 붙였다. 정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하느님께 매달리고 기도하면 통일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하느님이 내 안에 계시다는 것을 믿으며 기쁘게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 발표로는 한 해 1000명 이상의 북한 주민이 중국이나 태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들은 정부 지원으로 최소한의 생계는 보장받지만, 정작 남한 사람들과는 섞이지 못한 채 고립된 삶을 살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쉼터를 운영하는 한 수녀는 “많은 북한이탈주민이 남한에 와서 폐쇄적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며 “(기차여행과 같은) 특별한 기회가 아니면 남한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경험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경제적 지원 외에 남한의 문화를 익히고 트라우마를 치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이 수녀는 신자들부터 먼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기를 당부했다.
김유리 기자 luci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