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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미희 수녀와 가정방문간호사 최영숙(아델라)씨가 한 어르신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서울 노원본당(주임 차원석 신부)에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수녀님’이 있다. 이 수녀는 신자 여부와 관계없이 어르신이나 아픈 이들의 집을 방문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맞장구도 쳐 준다. 때로는 어르신들에게 도시락을 선물하기도 한다.
올해 2월 ‘방문 전담 수녀’로 노원본당에 부임한 박미희(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녀는 매주 6~7가정을 찾아가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있다. 다른 본당 업무는 맡지 않고 외로운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만 하고 있다.
여느 본당에서는 보기 힘든 ‘방문 전담 수녀’는 “병자, 홀몸어르신 등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 분들을 찾아 나서는 방문사목 활동을 하겠다”는 차원석 신부의 의지로 탄생했다. 올해 사목지침서에서 “가난한 이웃들과 사랑을 나누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하는 교회로 거듭나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밝힌 차 신부는 수도회에 가난한 이들을 ‘찾아가는 사목’을 담당해줄 수 있는 수녀를 요청했고, 박 수녀가 부임하게 됐다.
가정 방문을 시작할 때만 해도 박 수녀는 ‘가난한 이들이 물질적인 도움을 많이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찾아가보니 그들이 바라는 것은 물질이 아니라 ‘말벗’이었다 .
홀몸 어르신들은 하나같이 외로워했다. 죽음을 생각할 정도의 고독함을 호소하는 어르신도 있었다. 그러나 “힘들다”고 하소연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어르신들은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수녀님’이라는 사실에 더욱 기뻐했다.
처음에는 하루 네댓 집을 찾을 계획이었지만 두 집 이상 방문할 수가 없었다. 어르신들이 한 번 이야기를 시작하면 두 시간은 예사였기 때문이다. 방문할 때마다 똑같은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는 어르신도 있었지만 박 수녀는 지루한 기색 한 번 비치지 않고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들어줬다.
시간이 지날수록 박 수녀를 알아보는 사람이 늘어났다. 구역장, 반장들은 외롭고 가난한 이들을 지속적으로 박 수녀에게 추천해주고 방문을 함께하며 적극적으로 도왔다. 본당은 매달 마지막 주일을 ‘사회복지주일’로 정해 ‘사랑의 십일조’ 헌금을 실시해 박 수녀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박 수녀는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아도 외로움 때문에 힘들어하는 어르신들이 무척 많다”면서 “어르신들은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5일 박 수녀와 함께 몸이 편치 않아 누워서 지내는 한 어르신의 집을 방문했다. 박 수녀가 “할머니 오늘 사람 많으니까 좋으시죠?”하고 묻자 어르신은 “너무(정말) 좋아”라며 기뻐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