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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기자의 엄마일기] 5.“주님, 성모님을 닮은 어머니가 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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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된 임산부인데 언청이인 것 같다고 합니다.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아요.”

“기형아검사에서 다운증후군 고위험군 나왔어요. 아픈 아기를 키울 자신이 없어요….”

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들의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보면 종종 올라오는 글들이다. 예비 엄마들의 두려움과 걱정 속에 희망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들이 뒤섞여 있다. 고귀한 생명을 품은 이들의 거룩한 두려움이겠지.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의학기술의 발달로 초음파ㆍ기형아 검사를 통해 태아의 손가락 수는 물론, 2심방 2심실로 콩닥콩닥 뛰는 태아의 심장이며, 뇌의 혈류량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지난 토요일, 남편과 동네에서 가까운 성당의 태아축복미사에 참례했다. 배가 살짝 볼록한 초기 임산부부터 예정일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이는 만삭의 임산부까지 생명을 품은 엄마들이 가족과 함께 성전에 모였다.

우리 아기가 예수님과 만나는 영성체 시간,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아가야, 엄마가 모시고 있는 이 분이 너를 지으신 예수님이야. 네 기쁨과 슬픔, 희망 그 모든 것을 말씀드리렴. 지금 이 순간, 뱃속에서부터 아픈 네 또래의 태아들과 부모님들도 함께 기억해주렴. 엄마, 아빠들이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생명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곧 이은, 태아 축복기도 시간. 신부님이 산모에게 안수를 해주는 동안 남편은 아내의 어깨 위에 손을 얹고, 가족들은 산모의 손을 잡았다. 동생의 탄생을 기다리는 꼬마들이 고사리손으로 엄마 엉덩이에 가만히 손을 댄 모습이 귀여웠다.

그리고 내 차례. 남편의 손이 어깨에 얹어지고, 신부님의 축복기도가 시작됐는데…. 뒤에서 느껴지는 남편의 따뜻한 온기와 뱃속 가득히 자리 잡은 태아의 존재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든든한 행복으로 밀려왔다. 눈물이 쏟아졌고, 은총이 쏟아졌다.

미사 내내 한 어린아이가 계속 칭얼거렸지만 태아축복미사는 평화롭게 흘러갔다. 태아축복미사가 끝나고 아기의 탄생을 축복하는 카드와 함께 기저귀 한 상자를 선물로 받고 돌아왔다. 아기의 탄생을 함께 기뻐해 주는 본당 신자들 마음이 고마웠다. 아기를 기다리는 기쁨은 배가 됐다.

남편이 곤히 잠든 모습을 보며, ‘제게 이렇게 좋은 남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며 기도하는 밤이 있는데, 이제는 기도 하나를 더 보태야겠다. ‘성모님을 닮은 어머니가 되게 해 달라고….’

많은 이들에게 성모 마리아는 고통을 받아들인 희생의 어머니로 통하지만, 성모 마리아는 얼마나 행복했을까 싶다. 내가 지금 행복한 것처럼.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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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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