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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영성체를 받은 서울 오류동본당 초등부 주일학교 어린이들과 본당 사제, 수도자가 정진석 추기경 만남을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
14일 서울 혜화동 주교관. 정진석 추기경이 머무는 집무실이 모처럼 왁자지껄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서울 오류동본당(주임 이동호 신부) 초등부 주일학교 어린이 20명이 첫영성체를 받기 하루 전 교회 최고 어른을 만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 것. 홍의(紅衣)를 입고 어린이들을 맞은 정 추기경은 오랜 만에 손주들을 만난 할아버지처럼 두 팔 벌려 아이들을 맞았다. 저마다 빨간 나비넥타이, 하얀 드레스로 차려입은 어린 신사숙녀들은 정 추기경에게 바짝 다가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추기경님은 언제 신부님이 되려고 생각하셨어요?” “추기경님은 어떻게 추기경이 되신 거예요?” “손가락의 반지는 무얼 뜻하나요?” “교황님은 언제 만나보셨나요?”
어린이들은 한 명씩 자기소개 후 스스럼없이 질문을 던졌다. 정 추기경은 기특하다는 듯 함박웃음을 지으며 일일이 답변에 응해줬다. 정 추기경은 “교황님께서 지시하셔서 추기경이 된 것”이라며 눈높이에 맞춰 답해주기도 했다. 반지에 관심이 쏠린 때엔 어린이들이 한꺼번에 추기경 앞으로 달려들어 집무실 탁자가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 정 추기경은 어린이들에게 “예수님 닮은 삶을 살아 달라. 늘 이웃을 돌보는 신앙인으로 성장해 달라”는 당부를 거듭했다.
김나림(프란치스카)양은 “추기경님을 뵈어서 행복했다. 아이들을 사랑하시고, 인자한 분이시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본당은 첫영성체를 하는 아이들에게 평생 기억에 남는 순간을 만들어주고자 정 추기경과의 만남을 계획했다. 이날 6주간 첫영성체 교리를 마치면서 마지막 교리를 정 추기경 덕담으로 정한 것이다. 정 추기경에게 간식과 필기구 등이 담긴 선물을 받은 어린이들은 신학생들이 생활하는 신학교 대성전에 들러 각자 첫영성체를 앞두고 다짐을 편지로 쓰는 시간도 가졌다.
이동호 주임신부는 “신앙생활의 진정한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이때 평생 기억에 남는 순간을 선물하고, 지금부터 작게나마 성소에 대한 자극도 주기 위해 이 같은 시간을 마련했다”며 “추기경님의 좋은 말씀을 무의식 중에라도 새기는 가운데 신앙인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