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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교구 팔복본당 모습. |
▲ 전주교구 팔복본당 어르신 신자들이 8월 31일 본당의 날 미사 중 함께 손을 잡고 주님의 기도를 부르고 있다. 이정훈 기자 |
화창한 햇볕이 내리쬔 8월 31일 주일. 전주교구 팔복성당(주임 나궁열 신부)에서 모처럼 웃음소리가 골목 가득 울려 퍼졌다.
본당 설립 10주년을 맞아 이날 성전을 메운 어르신 신자들이 미사 후 삼삼오오 모여 삼계탕 잔치를 벌였기 때문. 마당 천막 밑에 모인 어르신들은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더운 기색도 없다.
이날 잔치는 교구 카리타스봉사단 도움으로 진행됐다. 지역 어르신 100여 명도 함께 초대됐다. 한 가족처럼 오순도순 이야기도 나누고, 냉담 어르신을 향한 막간 선교도 이어졌다. 소박하지만 평소에 비하면 상다리 부러질 정도로 음식이 가득해선지 어르신들은 “본당 생일마다 함께 덕을 본다”고 웃음 지었다. 전주교구에서 가장 작지만, 하나 된 팔복본당을 찾았다.
교구에서 가장 작은 본당
2004년 덕진본당에서 분가한 팔복본당의 교적 신자 수는 720여 명. 주일 미사 참례자는 120여 명에 그친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70세. 우스갯소리로 50대를 청소년, 60대를 청년이라 일컫는다. 10명 남짓한 학생들은 토요일 특전 미사 후 모여 교사 없는 작은 주일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다.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곳도 아닌데, 이런 본당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작은 어르신 본당’이란 우려도 잠시, 본당의 날 만난 어르신들은 미사 전 성가 연습에 열심히 동참하고, 강론 말씀에도 매우 집중하는 모습이다. 고운 미사보를 쓴 어르신들은 주님의 기도를 부를 때엔 가족처럼 손을 맞잡고 노래했다. 특히 성가 소리는 젊은이들이 와서 들어도 놀랄 정도로 크고 또랑또랑했다. 말씀에 맛 들인 성서백주간 어르신들은 새로 꾸민 아늑한 교리실에서 꾸준히 성경 읽는 소리를 들려준다. 어르신들은 하나같이 “성당에 오면 그저 좋다”고 했다. 이귀례(안나, 81) 어르신은 “나이가 들어 다니는 게 힘들지만, 매일 미사에 참례하고 노래하면 늘 기쁘다”면서 “가장 작고 열악한 본당이지만, 누구 하나 불평 없이 주님 안에 아름답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당엔 어려움이 많다. 새 신자가 늘어나기는커녕 본당 신자 수는 늘 1000명을 넘지 못하고 있다. 공장과 산업 시설들이 뒤섞인 산업단지 한가운데에 성당이 세워진 탓이다. 기자를 태운 택시 기사도 “이런 곳에 성당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이곳을 처음 방문하는 이들이 성당을 한 번에 찾지 못하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전입해 온 신자들은 성당 모습을 처음 보고선 다른 큰 본당으로 발길을 돌려버리거나, 교적만 옮겨놓고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어르신들은 매달 교무금으로 평균 2~3만 원가량을 낸다. 혼자 살거나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이 많다. 본당은 교구에서 유일하게 지원금을 받는 곳이다.
무엇보다 성전 건물이 오로지 컨테이너와 판자로 이뤄져 있어 기초적인 신앙생활에도 어려움이 많다. 공장 근로자들의 숙소로 쓰던 건물을 10년째 성전으로 사용하고 있다. 가운데 마당을 중심으로 성당 반대편 사무실과 식당, 회합실 등은 여러 개의 컨테이너를 연결한 구조 안에 붙어서 자리하고 있다. 남는 창문을 가져다 붙여서인지 유리창 형태도 제각각이다. 여름엔 찜질방, 겨울엔 냉동실이 되기 일쑤다. 각종 자재를 아무렇게나 쌓아놓은 창고에는 천막 지붕이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다. 온통 얇은 판자로 덮인 이곳에서 비가 오면 물이 줄줄 새는 것은 그냥 감수해야 하는 등 본당이 가진 고민은 산더미다.
작지만 가장 일치된 공동체
본당은 얼마 전 1000만 원이란 큰돈을 들여 제의실과 화장실을 새로 지었다. 인부 없이 사목위원들이 두 달 동안 매달려 만들었다. 대로변 쪽으로 정문도 새로 텄다. 덕분에 어르신들 통행이 한결 수월해졌다. 미사 후 한 어르신은 기자에게 “웬 청년이 우리 성당에 새로 온 줄 알았다”며 “기쁜 날 함께해줘서 고맙다”고 반겼다. 김일례(안나, 81) 어르신은 “신부님의 좋은 말씀 들어서 좋고, 전부 우리 가족 같아서 좋다”고 했다.
임석빈(프란치스코) 사목회장은 “본당 설립 10주년에 이르렀으니 더 좋은 성전에서 주님께 기도드리고 싶다”며 “어떻게든 어르신들의 신앙생활을 지켜드리고자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궁열 주임신부는 “신앙에도 연륜이 있듯이 우리 본당 어르신들의 믿음은 어디 내놔도 굳건하고 일치돼 있다”면서 “비록 빈약한 성전 모습을 갖췄다 해도 늘 하느님 뜻 새기며 참으로 일치한다면 전 세계 어느 교회보다 주님 마음에 드는 곳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