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능평본당(주임 황창연 신부) 신자들이 새남터에서 순교한 김대건 신부 시신을 미리내까지 목숨을 걸고 옮긴 이민식(빈첸시오 1829~1921)의 발자취를 따라 걸었다.
능평본당 신자들은 2일 오후 8시 서울 새남터 순교성지에서 출발 150리 밤길을 걸어 5일 오후 늦게 미리내 성지에 도착하는 나흘간의 야간 도보 성지순례를 마쳤다.
새남터→흑석동→과천→분당→능골→삼덕고개→미리내 경로는 1846년 경기도 용인에 사는 이 빈첸시오가 순교현장에서 수습한 김 신부 시신을 둘러메고 관헌들 눈을 피해 밤에만 걸어 내려간 길이다.
신자들은 150리길을 4개 구간으로 나눠 한 조가 밤 8시부터 이튿날 오전 2시까지 A구간을 걷고나서 철수하면 다음조가 A구간이 끝난 지점에서 B구간을 향해 다시 밤 8시에 출발하는 릴레이식 순례를 했다. 이 빈첸시오의 사제 공경심과 박해시대의 고달팠던 신앙 여정을 더욱 가깝게 느끼기 위해 마지막 구간을 제외하고 모두 밤길 순례를 자처했다.
이번 순례에 84세 최고령자부터 초등학생까지 360여명이 구간별로 참가했다. 이는 미사 참례자의 60가 넘는 인원으로 노약자를 빼고 거의 모든 신자가 참가한 셈이다. 이 가운데 70명은 전 구간을 걸었으며 직장인들은 휴가를 내고 순례에 참가하기도 했다.
처음 시도하는 밤길 도보순례라서 가슴 뭉클한 사연도 많았다. 밤 1시30분쯤 B구간 마지막 코스이자 본당 관할구역인 능평리를 통과할 때는 순례에 참가하지 못한 노인들이 길가에 나와 음료수를 나눠주며 지친 순례자들을 응원했다.
고령에도 전 구간을 순례한 김영덕(요한 72) 할아버지는 능평리에 들어섰을 때 노인들이 잠을 안자고 나와 우리를 기다리는 것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 며 그 순간 신앙 공동체의 뜨거운 형제애를 실감했다 고 말했다.
순례자들은 자정 넘어 밤길을 걸을 때는 묵주기도를 바치고 성가를 부르면서 육체적 고통을 이겨냈다. 걸어서 하늘까지 라는 순례 주제가 말해주듯 열렬한 신앙심 하나로 완주했다. 여성들은 험한 삼덕고개를 넘어 미리내성지에 도착한 뒤 서로 부둥켜 안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맨앞에서 순례단을 이끈 황창연 신부는 이 빈체시오가 158년 전 김대건 신부의 머리는 가슴에 안고 동체(胴體)는 등에 짊어지고 우리 성당 앞을 지나갔기 때문에 더 뜻깊은 순례가 됐다 며 이번 순례 덕분에 공동체 신앙심과 친화력은 괄목할만큼 달라질 것 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