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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남동본당(주임 이형전 신부)이 가난한 청년들의 혼인미사를 위해 성당 문을 활짝 열었다. 예식 비용이 부담돼 성당에서 혼인하기를 포기하거나, 돈이 없어 혼인미사를 못 하고 사는 이들에게 무료로 성당을 빌려주기로 한 것이다.
이형전 신부는 “그 어떤 부대 비용 없이 혼인미사를 할 수 있다”면서 “경제적으로 정말 어려운 청년 커플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돼주고 싶다”고 말했다.
본당은 무료 혼인을 신청하는 예비 부부에게 성당 사용료를 받지 않는다. 하객 식사는 성당 근처 식당을 이용하면 된다. 식사 비용마저 부담되는 이들에겐 본당에서 국수를 만들어 대접한다는 계획이다. 또 사진사가 없으면 본당에서 기념 사진을 찍어 무료로 인화해준다.
교구 가정사목부에서 사목했던 이 신부는 그동안 돈이 없어 혼인을 미루거나 성당에서 혼인을 하지 못하는 청년들을 많이 만났다. 특히 성당 예식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값싼 예식장을 찾아다니는 신자 예비 부부들을 볼 때면 그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난 9월 한남동본당 주임으로 부임하자마자 가난한 청년들을 위해 무료 혼인을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게다가 본당은 2011년부터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지정한 교구 유일의 사회사목 시범 본당이기도 했다. 평소 지역 홀몸 어르신들에게 밑반찬을 전달하고, 어려운 가정을 도와왔던 사목위원들과 신자들은 이 신부의 무료 혼인미사 결정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 신부는 “가난한 예비 부부만이 아니라 허례허식 없이 간소하게 혼인 미사를 하고 싶은 청년도 환영한다”고 했다. 그렇기에 혼인 미사 때 외부업체를 불러 성당에 뷔페를 차리는 건 금하고 있다. 또 성당 규모가 그리 크지 않기에 하객은 양가 합쳐서 100여 명 안팎이 적당하다. 주차 공간이 15대 정도밖에 안 되고, 대형 버스를 세울 곳이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13일 성당에선 첫 무료 혼인 미사가 봉헌됐다. 하객은 가족과 친구들로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이날 혼인미사를 올린 부부는 하객이 얼마 없는 자신들을 받아주는 성당이 없어 고심하던 차였다. 몇십만 원에 달하는 성당 사용료를 낼 경제적 여유도 없었다. 이 신부는 “가난한 신자 청년들이 돈이 없다는 이유로 교회 전례 안에서 혼인 서약을 못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같은 현실을 지적한 바 있다. 교황은 지난 11월 21일 아침 미사 강론에서 “하느님과 돈을 함께 섬길 수 없다”며 “성당에서 혼인할 때 돈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교황은 이렇게 말했다. “제가 젊었을 때 성당에서 혼인하고 싶어하는 청년들에게 성당 직원이 돈을 받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일은 죄악입니다. 돈을 받고 혼인 예식을 하는 경우처럼 하느님 집이 사업의 장소가 되거나, 성전이 일종의 임대 건물이 될 때 그것은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