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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기자의 엄마일기] 〈33·끝〉연재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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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엄마 일기를 쓰려니 지금까지 내게 허락되었던 지면이 아주 소중하게 여겨진다.

하루 종일 아이에게 눈을 떼지 못하다가 늦은 밤이 되어서야 혼자만의 시간이 겨우 찾아왔고 그때마다 조용히 노트북을 열고 엄마 일기를 써 내려갔다. 급할 때는 잠자는 지성이 곁에서 휴대전화 메모장에 써놓기도 했다. 고단한 나날의 연속이었지만 육아의 고단함과 아이의 사랑스러움을 기록해 놓는 일은 가슴 벅찬 기쁨을 안겨줬다.

임신 말기 양수가 모자라 일기에 양수가 모자란다고 쓸 때는 마음이 두 번 아팠고 산후조리원에서 아기의 출산 과정을 써 내려갈 땐 또 한 번 펑펑 울어야 했다.

인간으로서 헤아릴 수 없는 생명의 신비를 경험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일뿐이었다.

엄마가 되고 나서 나는 알았다. 내가 새로운 삶에 초대받았다는 사실을. 내게 닥친 이 새로운 삶은 내게 더 사랑할 것을 끊임없이 요청했다. 내가 더 사랑해야 자유로워질 수 있는 세계였다. 많이 퍼주어야 그만큼 더 많이 차오르는 모유처럼….

엄마가 되고 나서 나는 또 알았다. 자식에 대한 엄마의 사랑은 자기 자신을 온전히 잃어버리고도 더 주지 못해 애가 타는 밑도 끝도 없는 사랑이라는 것을.

이제 엎드려서 양팔과 양다리를 좌우로 힘차게 흔드는 지성이를 보며 활짝 웃자 따라 웃는다. 아랫니 두 개가 보인다. 안아도 안은 것 같지 않게 가벼웠던 1.9kg의 지성이는 7kg이 넘었다. 품 안에 쏙 들어와 안겼던 지성이는 어느새 훌쩍 컸고 안기고 싶지 않을 때 안아주면 발버둥을 친다.

어린 한 생명을 돌볼 수 있다는 건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라는 걸 알았다. 조그마한 아기가 그 작은 입으로 하품을 하고 방귀도 뀌고 그 작은 눈꺼풀이 무거워서 내려앉아 곤히 자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건 내게 큰 은총이다.

나는 바란다. 지성이가 내게 온 첫 순간과 처음 옹알이를 하고 처음 걸음마를 하게 될 순간들을 잊지 않기를. 시간이 흘러도 아이의 존재만으로도 감사하고 기쁨에 벅찼던 시간들을 생생히 기억하기를. 먼 훗날 지성이가 수학 점수 40점이 적힌 성적표를 들고 와도 사랑스러운 눈빛을 거두지 않기를. 세상이 평가하고 판단하는 잣대로 아이를 바라보지 않기를 내 안의 하느님께 청하고 싶다. 하느님의 시선을 지닌 엄마가 될 수 있도록.

※지금까지 엄마일기를 아껴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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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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