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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그가 한쪽 눈을 잃은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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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 수녀(HIV/AIDS를 위한 범종교연합회장)

처음 그를 만난 건 20대 초반 무렵이었다. 에이즈에 걸려 병원에 있던 그는 후천성 면역 결핍에 폐결핵을 심하게 앓았다. 머리를 들어 올리는 것마저 힘겨워했고 온몸 곳곳에 혈관주사와 소변 줄이 꽂혀 있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다. 하지만 두 눈은 맑게 빛나고 있었다. 그 눈빛에 이끌려 그와 인사를 건넸고 악수를 했다.

다소 힘이 없어 보이는 듯했던 그는 나를 반기며 어렵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합니다. 이제는 오갈 데가 없습니다.”

무기력해 보이는 그를 바라보며 난 깊은 연민을 느꼈다. 그래서 3주 뒤 간신히 걷게 돼 퇴원하면서 그는 쉼터로 들어왔다. 다들 그를 따뜻하게 환대했지만 그는 마치 부모를 잃은 듯 위축돼 보였다.

훗날 그는 그때를 자신에 대한 자책과 실망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다고 술회했다. 또 쉼터가 자신의 짧은 인생 여정의 마지막이 될 것 같아 괴로운 시간이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를 포기하지 않고 도왔다. 그간 감염인들과 함께 살며 쌓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에이즈 치료제와 폐결핵 약을 잘 먹고 고단백으로 영양을 섭취하며 그는 극적으로 건강을 되찾았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완전히 건강을 회복했고 8개월 만에 쉼터를 떠났다. 당시 그의 눈에 어리던 밝고 아름다운 눈망울 그리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지금도 기억이 난다.

하지만 어느 날 나를 다시 찾아온 그는 실명 위기에 놓여 있었다.

“수녀님 너무 죄송합니다. 직장에 다니며 남들 시선이 두려워 약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했습니다. 빨리 병원을 가야 했는데 가지 못했습니다.”

그가 어렵게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진료 시기를 놓쳐 한쪽 눈을 잃은 뒤였다.

다시 쉼터에 입소한 그를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던 기억이 새롭다. 이미 항생제에 내성이 생겨버린 그의 건강을 회복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입소 뒤 규칙적인 건강 관리와 함께 교리교육을 받으며 그는 숱한 고비를 넘겨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감염인들의 인권 증진에 헌신하며 균형 잡힌 식단과 건강 관리로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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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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