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롬반 선교센터 ‘열린 미사’ 해외 선교사 체험담 큰 감동 전해
“필리핀에 있을 때 쓰레기더미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살던 아이들을 폭우로 하루아침에 떠나 보낸 적이 있습니다. 선교사로 이국땅에 왔으면서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 얼마나 무력감을 느꼈는지 모릅니다. ‘도대체 하느님은 어디 계시느냐’며 원망도 많이 했죠.”
16일 서울 동소문동 골롬반 선교센터. 장은열(골룸바) 선교사의 이야기에 신자들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담담히 풀어내는 선교지에서의 체험이 신자들의 마음을 울렸기 때문이다.
25년 동안 평신도 선교사의 길을 걸어온 장씨는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느꼈을 때 비로소 하느님을 체험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필리핀에서 18년 동안 선교 활동을 했던 그는 마닐라의 쓰레기가 모여 산처럼 쌓이는 ‘스모키 마운틴‘(Smoky Mountain)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한 적이 있다. 필리핀의 더운 날씨에 쓰레기가 부패하면서 항상 연기가 난다고 해서 스모키 마운틴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곳이다.
장씨는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고통 속에서 사는지 아무리 기도를 해도 왜 달라지는 것은 없는지 하느님께 울며불며 화를 내기도 했다”면서 “그 모든 고통의 순간에 하느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선교활동을 한참 하고 난 뒤였다”고 털어놓았다. 하느님은 어떤 상황을 바꾸려고 하지는 않지만 묵묵히 우리 곁에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33살까지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장씨는 봉사 활동을 하면서 우연히 알게 된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신부를 보며 평신도 선교사의 꿈을 품었다. 보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선교지에서 신앙의 씨앗을 뿌리면서 그 어느 때보다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장씨는 “2008년부터 3년 동안 파견됐던 미얀마는 가톨릭 신자가 1뿐인 불교 국가”라며 “가톨릭 신앙이 뿌리내리지 않은 곳에서 선교사로 사는 것이 녹록지 않았지만 하느님께서는 결과가 아닌 과정을 중요하게 보실 것이라 믿으며 열심히 신앙의 씨앗을 뿌렸다”고 말했다.
지난 1월 휴가차 한국에 온 장씨는 다시 미얀마 파견을 준비하고 있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가고 싶다고 했다.
두 달에 한 번씩 진행되는 ‘열린 미사’는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의 선교사들이 선교지에서 겪은 체험을 신자들과 나누는 시간이다. 홀수 달 셋째 주 토요일 4시 골롬반 선교센터를 방문하는 이라면 누구나 함께할 수 있다.
김유리 기자 luci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