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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붙은 마음 녹인 성극 「십자가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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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사기로 아픔 겪은 수원 율전동본당 20여 년 지나도 공동체 화합 되지 않아 신자 참여 연극으로 마음 모은 김봉기 신부

▲ 「십자가의 길」은 율전동본당 신자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김봉기 신부가 성당을 찾은 어르신 신자와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임영선 기자
 

수원 율전동본당은 본당 설정 초기 성전 건립 과정에서 사기를 크게 당해 엄청난 재정적 손실을 봤다. 본당 신자가 사기의 장본인이었기에 신자들의 배신감은 더 컸다. 신자들은 사제를 원망했고 신뢰는 사라졌다. 나중에 사기꾼을 잡긴 했지만 신자들 마음의 상처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본당에 부임한 사제마다 상처를 치유하고 신자들의 화합을 이끌기 위해 힘을 쏟았지만 아픔은 20여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2011년 김봉기 신부가 주임으로 부임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 신부는 “본당 신부에 대한 신자들의 신뢰가 상당히 낮은 상태였다”면서 “본당이 정체돼 있고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상처를 치유하고 신자들이 한마음이 될 방법을 찾는데 골몰했다. 먼저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고 본당 설립 25주년을 맞는 2013년 전 신자가 2박 3일 동안 함께 하는 ‘한마음 신앙 캠프’를 열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신자들의 닫힌 마음을 열기는 쉽지 않았다. 신앙 캠프 이야기를 꺼내자 반대 목소리가 더 높았다. 6개월 동안 신자들을 설득해 동의를 얻었다. 그 다음에는 많은 신자가 참여해 화합을 이룰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했다. 20년 전 수원가톨릭대 축제 때 축제 위원장이었던 김 신부가 기획하고 대본을 써 폭발적 반응을 얻었던 마당 성극 「십자가의 길」이 기억났다.

다시 한 번 같은 제목으로 대본을 썼다. 14장으로 이뤄진 대본을 완성하고 신자들에게 “지역별로 한 장씩 맡아 공연을 준비하자”고 제안했다. 또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동의를 얻는 데 두 달이 걸렸다. 신자들 의견을 반영해 대본을 수정했다. 연습이 시작됐다. 신자들이 배우가 되고 제작자가 됐다.

신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하루 이틀 연습을 해나가면서 서서히 변화가 일어났다. 신자들은 함께하는 모임에서 즐거움을 찾기 시작했다.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각색을 해 나갔다. 얼굴에는 웃음이 번졌고 다들 신바람이 났다. 김 신부는 “한마음 캠프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바랐던 것이 이뤄졌다”고 미소를 지었다.

2013년 8월 드디어 한마음 신앙 캠프가 열렸다. 배우 숫자만 200명에 이른 마당극은 기대 이상이었다. 한 마당이 끝날 때마다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12처에서 예수님 역으로 출연한 김 신부는 속옷만 걸치고 십자가로 올라가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김 신부는 “감동과 기쁨 환희와 눈물이 어우러진 시간이었다”면서 “2시간 20분을 공연했는데 신자들이 30분밖에 지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즐거워했다”고 말했다.

몇 달 동안 함께 공연을 준비하고 서로 공연을 보면서 신자들은 하나가 됐다. 오랫동안 곪아 있던 상처에 조금씩 새살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캠프를 마친 후 본당에서 봉사하겠다는 신자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소공동체는 활발해졌고 신자들이 본당 신부와 사목위원들에게 신뢰를 보내기 시작했다.

김봉기 신부는 본당 화합을 이끈 성극 대본을 「십자가의 길」(쉐마북스)이란 이름의 단행본으로 최근 출간했다. 김 신부는 “선배 신부님께서 ‘다른 본당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책으로 엮어보라’고 권유하셔서 출간하게 됐다”며 “본당 신자들을 화합하게 해준 고마운 대본”이라고 말했다. 구입 문의: 010-7714-4059(문자 메세지)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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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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