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70주년 수도자가 함께 걷는 DMZ 평화의 길 순례’ 열려 수도자 80여 명 사흘에 걸쳐 비무장 길 따라 순례 평화 염원
분단 70돌. 그 질곡의 세월과 아픈 겨레의 상처를 담고 수도자들이 비무장지대 곧 DMZ(demilitarized zone)을 걸었다. 그것도 사흘간에 걸쳐서다.
13일 새벽 서울 강변역에 모인 수도자들은 버스로 강원도 철원 노동당사 건물로 이동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이자 분단 교구인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 주례로 순례 미사를 봉헌한 뒤 전쟁과 분단의 현장을 순례했다.
‘분단 70주년 수도자가 함께 걷는 DMZ 평화의 길’이라는 제목으로 기획된 이번 순례길은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에 조성된 DMZ생태평화공원을 순례한 뒤 인제군 서화면 서화리 한국DMZ생명동산 양구군 을지전망대ㆍ월운저수지ㆍ두타연 계곡 화천군 꺼먹다리ㆍ화천생활체육공원 코스를 걷는 일정으로 진행했다.
순례 중엔 ‘625인의 6ㆍ25’라는 제목의 영상물을 보고 7개 조별로 나눔 시간을 가졌으며 정성헌(아우구스티노)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의 강연을 들었다. 마지막 날 순례 직후엔 화천 하나원으로 이동 북한이탈주민 교육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듣고 탈북 형제들이 정착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나누고 이들에 대한 사도직을 성찰하는 시간도 가졌다.
대구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 구미옥(요안나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 수녀는 “수도회 차원의 DMZ 평화의 길 순례는 오랫동안 염원했던 것으로 그간 TV 영상을 통해서만 접하던 분단 현장과 아픈 현실을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민족화해분과장 권오희(베르나데트) 수녀도 “9일기도로 순례를 준비한 뒤에 나선 순례여서 땀방울을 흘리는 하루하루의 여정이 민족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를 모으는 순례 길이었다”고 말했다.
DMZ 평화의 길 순례에 앞서 수도자들은 ‘DMZ 평화의 길 선언문’을 발표 △남과 북이 참된 화해와 용서 일치와 협력의 자세로 이 땅에 평화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고 △한반도에서 시작된 평화가 세상 끝에 이르는 날까지 평화의 일꾼으로 살며 △평화를 배우고 실천하는데 앞장 설 것을 다짐했다. 이번 순례에 참가한 수도자는 81명으로 여자 수도회 장상연합회 민족화해분과 20개 수녀회 70여 명이 주축을 이뤘고 초청을 받아 함께한 남자 수도회ㆍ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민족화해분과의 남자 수도자 7명도 순례에 발길을 보탰다.
살레시오회 북한이탈주민지원분과 담당 나명옥 신부도 순례에 함께한 뒤 “기회가 닿을 때마다 DMZ 평화의 길을 걸어 이번으로 세 번째 순례인데 걸을 때마다 새롭고 아픈 게 DMZ 순례”라며 “아직도 통일의 길은 요원하지만 우리 겨레 모두의 기도를 모은다면 분명히 하느님께서 통일의 문을 열어주실 것”이라고 기원했다.
첫날 순례에 함께한 이기헌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분단 70주년에 즈음해 북녘 산하와 가장 가까운 DMZ를 기도로 동반하며 걷는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뜻깊은 순례가 될 것”이라며 “사흘간의 DMZ 평화의 길 순례가 아픈 민족사를 체감하며 기도로 희망을 모으는 여정이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