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교구 죽림동주교좌본당 할머니 복사단 11년 째 봉사
▲ 하얀 복사옷을 입은 할머니들이 하화식 신부와 함께 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명순(아녜스 73)ㆍ백금자(루치아 81)ㆍ함영애ㆍ성연순(아가타 79)ㆍ박영예 할머니 하화식 신부 허정녀(안나 86)ㆍ석순옥(마르타 75)ㆍ최선익ㆍ문금자ㆍ박옥자 할머니.
평균 나이가 80에 이르는 할머니들이 11년째 본당 새벽 미사 복사를 책임지고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단 하루도 ‘펑크’를 낸 적이 없다. 주례 사제 옆에는 언제나 할머니 복사 두 명이 서 있다. 춘천 죽림동주교좌본당 ‘시몬 복사단’ 이야기다.
좀처럼 보기 힘든 ‘할머니 복사단’은 2004년 죽림동본당 주임이었던 김현준( 현 가산본당 주임) 신부의 제안으로 탄생했다. ‘니코데모 노인대학’을 설립하면서 전례반을 만들었고 전례반 안에 어르신 복사단을 만든 것이다. 노인대학 미사에서만 복사를 섰던 어르신들은 이듬해 6월 김 신부에게 “어르신 복사단이 새벽 미사를 담당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본당 미사 복사를 서기 시작했다. 이후 만 10년 동안 새벽 미사 복사를 담당했다.
박영예(율리아나 82) 할머니는 “처음 신부님이 제안하셨을 때 마냥 얼떨떨했다”면서 “못 하겠다고 거절했지만 신부님이 ‘꼭 해달라’고 부탁을 하셔서 어쩔 수 없이 시작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실수도 잦았다. 최선익(엘리사벳 82) 할머니는 “긴장을 많이 해서 종을 칠 시간을 놓친 적이 몇 번 있었다”고 회상했다. 할머니들이 실수할 때마다 김 신부는 “실수가 교훈이 된다. 잘하셨다”면서 용기를 줬다. 시간이 지날수록 실수는 줄어들었고 어느새 할머니들은 능숙하게 복사를 서게 됐다.
할머니들은 10년 동안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서로 채워주고 잘하는 부분이 있으면 아낌없이 칭찬을 해줬다. 복사를 서기로 했던 단원이 사정이 생겨서 못 나오면 서로 “내가 대신하겠다”고 나섰다. 문금자(수산나 77) 할머니는 “우리 복사단은 투덜대는 사람도 없고 협동심이 아주 좋다”며 활짝 웃었다.
‘시몬 복사단’은 막내가 71세이다. 70대가 5명 80대도 5명이다. ‘큰 언니’ 함영애(마리아 87) 할머니는 “신부님이랑 제단에 올라갈 때 기분이 무척 좋다”면서 “복사를 설 때는 다리 아픈 것도 낫고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 막내 박옥자(수산나 71) 할머니는 15년 동안 제단 청소 봉사를 하다가 지난해 다른 단원들 권유로 입단했다.
시몬 복사단은 지난 5월 14~16일 하화식 주임 신부와 함께 제주도로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하 신부가 10주년을 맞아 준비한 선물이었다. 2011년 부임한 하 신부는 이름 없이 활동하던 ‘할머니 복사단’에 ‘시몬 복사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본당 정식 단체로 격상시켰다.
하 신부는 “항상 미사 집전을 정성껏 도와주셨기에 제주도는 내가 모시고 다녀왔다”면서 “어르신들에게 제단 위에서 쓰러질 때까지 복사를 서도 좋다. 시몬 복사단은 정년이 없다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시몬 복사단은 이제 훗날을 준비하고 있다. 복사단이 지속될 수 있도록 70대 ‘젊은 단원’들을 뽑고 있다. 박영예 할머니는 “복사를 서는 기쁨이 계속됐으면 하지만 한해 한해 지나면서 ‘시한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우리가 없어도 시몬 복사단이 쭉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할머니 복사단은 매일 아침 6시 미사에서 만날 수 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