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마 지나간 서울 사당동본당 성전 문 볼때마다 상처 떠올라 문 교체로 공동체 분위기 쇄신
▲ 사당동성당 성전 문 앞에서 강혁준 신부 정보금씨 임 바드리시아 수녀가 환하게 웃고 있다. 김유리 기자
2011년 7월 27일. 서울에 백 년 만의 폭우가 쏟아진 날 서울 사당동성당(주임 강혁준 신부)도 큰 물난리를 겪었다. 주위보다 지반이 낮은 성당으로 빗물이 모여들었고 성당 지하에는 성인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차 신자들이 몇 날 며칠 동안 양동이로 물을 퍼내야 했다. 악몽 같던 날은 지나갔지만 신자들의 마음속에는 그날이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았다. 강혁준 신부가 신자들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성전 문을 바꾸기로 결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강 신부는 “오래된 성당이 물난리까지 겪으면서 성당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어두웠다”면서 “성전에 들어올 때만이라도 신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들어오기 바라는 마음을 담아 성전 문을 새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1971년 설립된 사당동본당은 건물 4개를 이어서 성당을 만들어 구조가 복잡하다. 건물도 낡아 어수선한 느낌이 든다는 게 신자들의 의견이었다.
강 신부는 성전 문 작업을 본당 신자인 디자이너 정보금(율리안나 35)씨에게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본당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정씨가 신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문을 만들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강 신부의 제안에 정씨는 기꺼이 재능기부를 약속했다.
대부분의 성전 문이 원목에 무늬를 새긴 후 색을 칠하는 방식이라면 정씨는 무늬를 새기는 작업 없이 원목에 색을 칠하는 방법을 썼다. 독특한 방법인지라 작업하는 데 어려움도 많았지만 단순함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이 방법을 고수했다.
정씨는 “성당에 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나가는 곳이 성전 문”이라며 “밖에서는 어수선하고 혼란스럽더라도 성전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순간만큼은 차분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문도 최대한 편안하고 단순한 느낌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성전 문은 은은함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는 재미도 있다. 문 손잡이는 ‘INRI’(유다인의 왕 나자렛 예수)의 한 글자씩을 성전 바깥쪽 문과 안쪽 문에 각각 두 개씩 새겨넣었고 원목에 덧입히는 칠을 이용해 왼쪽 문에는 십자가를 오른쪽 문에는 예수님이 부활하신 무덤을 형상화했다.
6월 24일부터 사당동본당 신자들은 새 문을 지나 성전으로 들어간다. 신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사제의 마음과 자신의 재능을 기꺼이 기부한 신자의 마음이 담긴 따뜻한 문이 신자들을 반긴다.
김유리 기자 luci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