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어촌 마을이 공장단지가 되기까지 세상은 변했지만 신자들 간의 정은 한결같이 이어온 곳이 있다. 인천교구 고잔본당(주임 태진우 신부)이다.
인천 소래포구 인근의 고잔본당은 신자들 대부분이 물고기와 조개를 잡으며 살던 한적한 어촌 지역이었다. 19세기 후반 순교자 민종황 요한 부부의 순교 이후 신앙의 씨앗이 퍼져 1921년 답동본당 관할 공소로 설정될 만큼 신앙의 역사가 깊은 곳이기도 하다. 세월이 지나면서 성당은 공장에 둘러싸이고 공사 소리에 미사가 방해받을 정도로 주변 환경이 삭막해졌지만 신자들의 마음만은 예전과 다를 게 없다.
태진우 신부는 “옛날부터 주위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신자들이 다 함께 그 집에 가서 나을 때까지 기도를 해줬다는 말을 토박이 교우 어르신들에게 들었다”며 “과거와 사는 모습은 달라졌어도 신자들 사이의 끈끈한 정은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50주년을 맞은 고잔본당은 2011년 새 성전을 완공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본당 11대(2009~2011년) 사목회장을 지낸 김임수(마르코 63)씨는 “건축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자들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고 헛개나무며 더덕이며 내다 팔 수 있는 것이면 너도나도 손을 보태 캐다가 팔았다”며 “신자들 간의 믿음과 새 성전 건립에 대한 열정 없이는 불가능했던 일”이라고 회고했다. 고잔본당은 십시일반 모은 신자들의 정성으로 현재 부채 하나 없이 건실한 재정을 가진 본당이 됐다.
인천교구장 최기산 주교는 17일 고잔성당에서 봉헌된 50주년 감사 미사에서 “어린이집부터 봉안당까지 갖춘 고잔본당이 한 인간이 태어나서 하늘나라로 갈 때까지의 과정 안에서 인생의 참된 의미를 일깨워주는 거룩한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며 “지금까지 인천교구에서 믿음과 사랑을 선도적으로 실천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하느님을 모르는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복음선포의 사명에 더욱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글·사진 = 김유리 기자 luci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