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천호동본당 주일학교 소외된 관내 이웃들 방문해 직접 마련한 선물도 전달
▲ 천호동본당 초중고등부 주일학교 학생들이 외롭게 사는 황 젬마 할머니 집을 찾아가 캐럴을 부르며 성탄 소식을 전하고 있다. 김원철 기자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백성 맞아라∼”
19일 서울 천호동 주택가. 거동이 불편해 바깥출입을 못하는 황순옥(젬마 77) 할머니는 천호동본당(주임 이성운 신부)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찾아와 성탄 캐럴을 불러주자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젬마 할머니는 “찾아오는 사람도 없어 하루종일 누웠다 앉았다 하면서 테레비랑 씨름만 하는 늙은이를 보러 와줘 고맙다”며 성탄 선물을 건넨 고사리손들을 연신 쓰다듬었다.
천호동본당 주일학교 학생들은 지난해부터 성탄과 예수 부활 대축일이 가까워 오면 주위의 소외된 이웃을 찾아다니며 그 기쁨을 나눈다. 대림 시기와 사순 시기에 한푼 두푼 모은 저금통을 털어 초와 팔찌 묵주 같은 선물도 스스로 준비한다. 젬마 할머니처럼 주일에 성당을 못 갈 정도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병상에서 투병 중인 환자 겨울이면 남들보다 추위와 외로움을 더 타는 반지하 사글셋방 노인들이 그 대상이다.
중등부 교사 오아라(마리나)씨는 “작년 첫 방문 때 아이들이 ‘할머니 편찮으신 데 없어요?’ ‘또 올게요’ 하며 스스럼없이 인사하고 어르신들이 고마워하며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을 보면서 한 번으로 그칠 행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이날 총총걸음으로 또 찾아간 곳은 뇌졸중으로 10년째 누워 있는 스테파노(56)씨 병실. 적막하고 생기 없던 병실에 빛처럼 환하게 캐럴이 울려 퍼지는 내내 스테파노씨는 말 한마디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정은유(루치아 초1)양은 “많이 아프신 아저씨에게 캐럴을 불러드려 뿌듯하다”며 “우리가 노래를 불러드리면 아저씨 기분이 좋아져 병이 빨리 나을 것 같으니까 내년에 또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김창욱 보좌신부는 “성탄 기쁨을 나누는 것은 물론 학생들에게 우리 주위에 어렵고 외로운 이웃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는 산교육 차원에서 방문 행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