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본당 매주 금요일 주임 사제가 혼인 면담 시행
21살에 세례를 받은 정 미카엘라(55)씨는 비신자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냉담을 하게 됐다. 성당이 아니더라도 가야 할 곳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았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여유가 생기자 한동안 발길을 끊었던 성당에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사 때마다 정씨를 불편하게 했던 것이 있다. 자신이 혼인 장애(조당) 상태라는 것이다.
“영성체 시간이 되면 꼭 남의 집에 온 것처럼 불편했어요. 본당 신자라는 소속감도 들지 않고요.”
정씨는 혼인 장애를 풀기 위해 몇 번 시도했지만 절차가 까다로워 이내 포기했다. 몇 번씩 성당을 왔다 갔다 하고 사제 앞에서 예식을 해야 하는 과정이 비신자인 남편에겐 그리 달갑지 않았다.
18일 서울 서초동본당(주임 이찬일 신부)에서 만난 정씨는 밝은 표정이었다. 주임 신부와 면담을 하고 나오는 길이었다. 정씨는 30분 동안 이 신부에게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혼인 장애를 푸는 방법을 안내받았다. 사무실에서 관련 서류를 받아가는 정씨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서초동본당은 11월 29일(대림 1주일)부터 매주 금요일 혼인 장애 해소를 위한 혼인 면담을 시행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9월 자의교서를 통해 입법 예고한 혼인 무효 소송 관련 교회법 개정안(1671-1691조)에 발을 맞춘 행보다. 8일 시작한 자비의 특별 희년부터 적용된 개정안은 이혼 후 재혼하려는 이들이 더 수월하게 성사 생활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 신부는 “교황님께서 혼인 무효 소송을 간소화한 것은 신부들이 적극적으로 혼인 장애를 겪고 있는 신자들을 도우라는 뜻”이라며 “혼인 장애 상태인 부부들을 배려하고자 혼인 면담 날짜와 시간을 정해놓고 면담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혼인 무효 소송은 이혼한 뒤 재혼한 신자가 첫 번째 혼인이 처음부터 유효하지 않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이혼하고 재혼한 신자 외에도 위의 사례처럼 비신자와 결혼했거나 배우자가 관면혼을 거부할 경우도 혼인 장애를 해소하는 방법이 있지만 정작 신자들은 어찌해야 할지 몰라 혼인 장애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18일 하루에만 신자 세 명이 본인 혹은 자녀들의 혼인 장애 문제로 혼인 면담을 신청했는데 혼인 장애가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모르고 있었다.
서초동본당에서는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 40분부터 오후 12시 30분까지 이 신부가 사제집무실에서 혼인 면담을 한다. 자비의 특별 희년 기간. 혼인 장애로 신앙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자들에게 사목자가 한 걸음 다가가고 있다.
혼인 장애(조당)
가톨릭 신자는 반드시 교회법적인 형식에 따른 혼인을 해야 한다. 주례권이 있는 사제(또는 부제)와 2명의 증인 앞에서 자유로운 의사를 가지고 혼인 서약을 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 어느 요소라도 지켜지지 않으면 ‘혼인 무효’가 되고 이렇게 무효인 혼인 생활을 하면 ‘혼인 장애’(조당)가 된다.
김유리 기자 luci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