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방배동본당 필리핀 빈민 후원 위해 1000여 장 판매
▲ 서울 방배동본당 신자들이 성당 로비에 있는 수세미 성탄 트리에 달린 수세미를 구경하고 있다. 이힘 기자
서울대교구 방배동성당(주임 조정래 신부) 1층 통로에 특이한 성탄 트리가 있다.
이 트리에는 빨강ㆍ주황ㆍ보라 등 형형색색의 과일 모양 아크릴 수세미가 수십 개 매달려 있다. 이 수세미들은 필리핀 마닐라 북쪽의 빈민촌인 ‘빠야따스’ 주민들이 만든 것이다.
거대한 쓰레기 매립지인 빠야따스의 주민들은 너무나 가난해 굶는 게 일상다반사다. 온 가족이 종일 악취가 풍기고 먼지 나는 쓰레기 더미를 뒤져 플라스틱과 유리병 고철 등 재활용품을 주워 팔아도 하루 세끼를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이곳 아이들은 5~6세만 되면 부모를 따라 쓰레기를 뒤진다.
필리핀 선교를 위해 파견된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한국인 수녀들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주민들에게 소득 창출을 위한 생계 수단으로 아크릴 수세미 짜는 것을 가르쳐줬다. 이후 아크릴 수세미 짜는 일은 이곳 주민들이 쓰레기를 뒤지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됐다.
하지만 공급이 과잉되면서 소득이 줄어들고 판로마저 줄면서 또 다른 골칫거리가 됐다. 수녀들은 개당 얼마씩을 지급하고 수세미를 매입해 한국에 있는 선교 후원회원들에게 이를 선물했다.
이 소식을 알게 된 서울 방배동본당은 2014년부터 성탄 때마다 빠야따스 아크릴 수세미 트리를 만들어 수세미 판매를 하고 있다. 신자의 호응도 좋아 2014년에는 수세미 600여 장을 팔아 수익금 176만여 원을 수녀회에 전했다. 2015년에도 대림 2주일인 12월 6일부터 1월 3일까지 1000여 장의 수세미를 판매했다.
주임 조정래 신부는 “수세미 성탄 트리는 성탄의 본래 의미인 사랑 나눔을 실천하게 해준다”며 “갈수록 성탄의 의미가 퇴색하고 화려해지고 있는데 예수님께선 작고 초라한 마구간에서 태어나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방배동본당은 이번 성탄 구유 예물 2000만 원을 5일 노숙인 시설인 ‘안나의 집’과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 ‘서울시립여성보호센터’에 나눠 전달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