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옥 수녀(자오나학교 교장, 원죄 없으신 마리아 교육수녀회
‘자캐오가 오른 나무’
자캐오는 왜 나무에 올라갔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서였다(루카 19,1-10 참조). 예수님이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다른 이들처럼 자캐오도 ‘예수님을 꼭 만나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다. 소망이 이뤄지길 바라며 그날을 손꼽아 기다렸으리라.
자오나 학교는 1년이 4학기로 나누어져 있다. 오전에는 검정고시를 준비하기 위한 기본 교과목(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수업이 있고, 오후에는 활동수업이 이어진다. 1학기 활동수업 중에 여러 가지를 만드는 수업이 있었다.
천 가방을 만들던 날이었다. 선생님이 천에다가 그림을 그리게 하고, 컬러 물감 펜으로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색칠하게 했다. 그림을 다리미로 누르니 예쁜 캐릭터 가방이 만들어졌다. 가방에 꿈을 위해 필요한 것을 생각해서 담아보라고 했다. 두 친구가 “없어요”라고 했다. “필요한 게 없으면 꿈을 담아 보라”고 하자 친구들은 “꿈도 없다”며 “왜 가방에다가 그런 걸 담느냐?”고 퉁명스럽게 되물었다.
우리는 언제 꿈을 갖는가? 그리고 누가, 무엇이 우리를 꿈꾸게 하는가? 왜 꿈을 갖는가? 바로 대답할 수는 없을지라도 꿈이 없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꿈이 없어지길 원치 않고 어떤 모습으로든 미래를 꿈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친구들은 미래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현재를 사는 것도 버거웠기 때문이다.
그랬던 친구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쇼콜라띠에(초콜릿 요리사) 자격증도 따더니 우리를 쫓아다니며 “꿈이 생겼다”고 자랑한다. 심지어 한 친구는 “대학에 가고 싶다”고 했다.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정말 깜짝 놀랐다.
자오나는 이 친구들에게 꿈을 갖게 하여 주고 싶다. 자캐오가 오른 나무가 되어 주고 싶다. 이 친구들이 가방을 빵빵하게 채울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