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 해설] 12. 제4장 혼인의 사랑 ① (89~100항)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오로 사도의 유명한 사랑의 찬가(1코린 13장 특히 13장 4-7절)에 나오는 사랑에 대한 성찰과 묵상으로 ‘혼인의 사랑’에 관한 제4장을 시작한다. 바오로 사도가 이야기하는 이 사랑이 우리가 가정생활에서 날마다 체험하고 가꿔야 하는 사랑의 의미를 잘 드러내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2~3회에 걸쳐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랑에 관한 묵상을 먼저 살펴본다.
사랑은 참고 기다립니다(91~92항)
참고 기다린다는 것은 충동적으로 또 공격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교황은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화를 내고 반발하고 나서 늘 변명거리를 찾고자 할 것이라고, 더불어 살 수 없게 될 것이고, 자신의 충동을 통제할 수 없게 되고, 가정은 싸움터가 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우리는 참지 못해서 부부 사이에 또 자녀와 관계에서 불화와 갈등을 초래하는 경우를 숱하게 체험하고 있지 않은가. 교황은 또한 다른 사람의 권리를 똑같이 있는 그대로 존중해 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참고 기다릴 수 있다고 밝힌다. 다른 사람에 대한 연민이나 동정이 없으면 참고 기다리기가 쉽지 않다.
사랑은 친절합니다(93~94항)
친절하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혜택을 주고 도움이 된다는 것, 곧 다른 사람을 섬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황은 “사랑은 늘 보조할 준비가 돼 있다”(93항)고 말한다. 교황은 “사랑은 말보다는 행동에서 더 드러난다”는 로욜라의 이냐시오 성인의 말을 인용하면서 “친절한 사랑은 내어줌의 행복을, 보답을 요청하지 않고 오로지 내어주고 섬기는 데서 오는 기쁨을 위해 자신을 아낌없이 바치는 행위의 숭고하고 장엄함을 체험하게 해준다”(94항)고 말한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습니다(95~96항)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기는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것으로 인한 슬픔의 한 형태”로 “타인의 행복을 위해 관심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복지에만 관심을 갖는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참된 사랑은 다른 사람의 성취를 소중히 여길 뿐 아니라 우리를 시기심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준다. 교황은 나아가 시기하지 않는 참된 사랑은 어떤 사람은 지나치게 많이 소유하고 어떤 사람은 지나치게 적게 소유하는 불의를 배격하게 해준다고 지적한다.
사랑은 뽐내지 않고 교만하지 않습니다(97 ~98항)
뽐내지 않는다는 것은 거만하지 않고 잘난 체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에 관해 지나치게 많은 말을 삼갈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교만하지 않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으스대지 않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알기 때문에 스스로를 중요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를 중요하게 만드는 것은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관심을 보이고, 약한 이들을 포용하는 사랑”(97항)이라고 교황은 적시한다. 이런 사랑을 위해서는 우리의 교만을 치유하고 겸손을 키워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하느님께서는 교만한 자들을 대적하시고 겸손한 이들에게는 은총을 베푸십니다”(1베드 5,5)라는 베드로 사도의 권고는 가정에도 적용된다고 말한다.
사랑은 무례하지 않습니다(99~100항)
무례하지 않다는 것은 “온화하고 사려 깊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랑은 다른 이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을 싫어한다”(99항). 사랑이 깊어질수록, 다른 사람의 자유를 더 존중하고, 다른 사람이 마음을 열 때까지 더 기다린다.
다른 사람들과 진정한 만남을 하려면 친절함이 있어야 한다. 친절함은 자신의 한계 너머를 보도록, 다른 사람들에게 인내하고 그들과 협력하게 해준다. 무례하지 않고 친절함을 드러내는 사람들은 편안하고 힘이 되고 위로와 격려가 되는 말을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와 관련한 예수님의 말씀을 보기로 제시한다. “얘야, 용기를 내어라”(마태 9,2)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마태 15,28) “일어나라!”(마르 5,41) “평안히 가거라”(루카 7,50)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14,27).
가정에서 서로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이 온화함을 본받고 배워야 한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조한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