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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두운 때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것...누가 나를 화나게 해도 한결같이 대하는 것이 참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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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서는 바오로 사도의 사랑의 찬가에서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모든 것을 믿으며/모든 것을 바라고/모든 것을 견디어 낸다’는 대목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풀이와 묵상을 살펴본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111~113항)

모든 것을 덮어 준다는 말은 입놀림과 관계가 있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풀이한다. 그래서 판단을 억제한다는, 단정적이고 무례하고 단죄하려는 충동을 억제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심판받지 않을 것이다”(루카 6,37)라는 예수님의 가르침과 “형제 여러분, 서로 헐뜯지 마십시오”(야고 4,11) 라고 한 야고보 서간의 말씀이 이와 관련된다.

사랑으로 맺어진 부부는 서로에 대해 좋게 이야기하며 배우자의 약점과 흠이 아니라 좋은 측면을 드러내려고 노력한다. 우리 인간의 사랑은 완전하지 않다. 그러나 아내의 사랑이 또는 남편의 사랑이 완전하지 않다고 해서, 그 사랑이 거짓인 것은 아니다.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각자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사랑한다. 사랑은 결함마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교황은 “사랑은 불완전함과 공존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는 것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믿고(114~115항)

여기서 ‘믿는다’는 것은 상대방이 내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또는 속이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 이상이다. 잿더미 속의 잉걸불처럼 어둠 저편에서 비추시는 하느님의 빛을 인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신뢰가 조성될 때 자유로운 관계가 가능해진다. 그것은 상대방을 장악하지 않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뢰한다는 것은 “통제하고 소유하고 지배하려 하지 않고 자유롭게 하는” 것이라며 이 자유는 “관계를 풍요롭게 하고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서로 믿고 신뢰하는 부부는 가정 밖에서 얻고 배우는 모든 기쁨을 서로 나눈다.

배우자가 자신을 늘 의심하고 무조건적 사랑이 결여돼 있다는 것을 알면 그 사람은 비밀을 유지하려 하고 자신의 잘못과 약점을 감추려 한다. 반면에 사랑으로 신뢰하는 가정은 가족 구성원들이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도록 도와주며 숨기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도록 해준다.



사랑은 모든 것을 바라고(116~117항)

이 말은 사랑은 미래에 대해 절망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모든 것이 현세에서 바뀌리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비록 만사가 언제나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을지라도, 하느님께서는 당연히 굽은 길을 곧게 펴시고 악으로부터 선을 이끌어내시리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이 희망은 죽음 이후의 삶을 포용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결함에도 불구하고 천국에서 충만한 생명을 누리도록 부름을 받았다. 천국에서는 그리스도의 부활에 힘입어 모든 약함과 어둠과 허약함이 사라질 것이고 그 사람의 참된 존재가 지극히 좋고 아름답게 빛날 것이다. 이 희망은 현세의 질곡 속에서도 천국에서 누리게 될 충만함을 기다릴 수 있게 해준다. 사실 그리스도인이 눈에 보이는 것에만, 또 현세에만 희망을 둔다면 그것은 그리스도교적 희망이 아닐 것이다(로마 8,24-25; 1코린 15,19 참조).



사랑은 모든 것을 견디어 낸다(118~119항)

모든 것을 견디어 낸다는 것은 온갖 시련을 긍정적 태도로 견디어 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교황은 풀이한다. 이는 적대적인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서 있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도발에 대해 관대하게 참아내는 것만이 아니라 어떠한 도전에도 항구하게 기꺼이 맞서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가장 어두운 시간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사랑”(118항)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든 것을 견디어 내는 사랑의 대표적 본보기로 어떠한 시련이나 환난도 형제적 사랑으로 대면한 마틴 루터 킹 목사를 들면서 그가 1957년 11월 17일에 미국 앨라배마에서 한 연설을 길게 인용한다

이런 사랑을 가정에서도 가꿔야 한다. 그래서 교황은 “가정생활에서, 가정을 위협하는 온갖 악과 맞서 싸우도록 도울 수 있는 사랑의 힘을 키워야 한다”면서 가정에서 그리스도인의 이상적 사랑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 사랑”이라고 강조한다(119항).

가족 구성원 가운데 누가 나를 화나게 할 때 똑같이 화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견디어 내는 사랑으로, 포기하지 않는 사랑으로 한결같이 대한다면, 그것이 참사랑이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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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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