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七旬)잔치를 하지 않은 어르신 70명을 찾아라.
부산교구 동래본당 신자들은 고희연(古稀宴)을 열지 못한 동네 어르신들을 찾느라 20여일간 진땀을 흘렸다. 이유는 6월20일 왕영수 주임신부 고희연을 계획대로 열기 위해서였다.
사목회는 지난 5월말 왕 신부에게 고희연에 대한 운을 뗐다. 그러나 왕 신부는 신부가 무슨 칠순잔치냐. 더구나 요즘 같은 불경기에 신자들에게 부담주고 싶지 않다 면서 잔치를 사양했다.
그러나 사목회는 본당 역사상 처음인 주임신부 칠순을 그냥 넘어가기가 섭섭해서 잔치를 열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왕 신부는 신자들 뜻이 정 그렇다면 나도 요구할 게 있다 면서 조건을 내걸었다.
자식이 없거나 형편이 어려워서 칠순잔치를 못한 노인들이 동네에 있을 겁니다. 그런 분들 70명만 성당에 모셔오십시오. 그분들 합동 고희연이라면 나도 참석하겠습니다.
이때부터 사목회와 빈첸시오회 구역반장 등이 총동원되어 칠순잔치를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간 어르신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본당 홍보분과장 윤진석(제레미아)씨는 홀몸노인들과 인근 복지시설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는데 칠순잔치는커녕 너무나 외롭게 사는 분들이 의외로 많았다 고 말했다.
6월20일 고희연에 초대된 어르신은 총78명. 이들 가운데 젊었을 때 세례받은 신자인데 그동안 사는 게 너무 고달파서 하느님을 잊고 살았다 고 고백하는 노인도 서너명 나타났다. 왕 신부는 오랫동안 냉담했던 노인 신자들에게 즉석 합동 고해성사까지 베풀고 함께 감사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고희연은 흥겨운 동네잔치가 됐다. 신자들이 구역과 신심단체별로 음식을 장만해 잔치상을 차렸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나온 어르신들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신자들은 어르신들의 장수를 기원하는 뜻으로 은수저 두벌씩 선물했다.
육정식(바오로) 사목회장은 주임신부님 덕분에 외롭게 사는 노인들을 한번 더 찾아뵙고 잠시나마 기쁘게 해드린 게 보람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