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생활하게 된 1998년도 어쨌든 나는 제한적이나마 에이즈환자들을 돌보는 일을 시작했다. 최초의 가톨릭 서울 쉼터에서 처음 만난 환자들 가운데 가장 깊은 인상을 주었던 한 젊은이가 있었다.
당시 그 젊은이는 30대 초반이었다. 약 1년 가량 발작 증세를 갖고 있었던 그는 두 다리가 심하게 뒤틀려져 있었다. 그 때문에 더 이상 두 다리를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하반신은 욕창이 진행되어 문드러져 있었다.
그에 대해 잊을 수 없는 기억들 가운데 하나만 소개한다. 어느날 물리치료 운동을 위해 그의 두 다리를 제 자리에 갖다 놓았을 때 갑자기 그가 말했다.
수사님 제가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아세요? 왜 하느님은 이런 병을 저에게 주셨나요?
솔직히 그 순간 나는 뭐라 대답해야 좋을지 몰랐다. 하지만 잠시 후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
당신은 정말 하느님이 이 병을 당신에게 주었다고 생각합니까? 이 병을 통해 당신이 해야 할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으셨나요?
이런 나의 대답에 대해 처음에 그는 화가 나 보였지만 한참 뒤에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아마도 이 병을 통해 내가 해야 할 뭔가가 있을 것 같네요.
그로부터 여러달이 흘러 환자 돌보는 일을 수녀님들이 맡게 되었을 때 그의 다리 기능과 욕창은 서서히 회복되고 치료되어갔다.
한편 자신의 상태가 마침내 악화되었을 때 그는 신앙 생활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내가 그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전 해에 죽은 에이즈 환자를 위한 미사에서였다. 그때 그는 행복해 보였지만 이미 병은 그의 젊음을 앗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평화로이 죽기 얼마 전에 세례를 받았는데 숨을 거두기 전 하느님뿐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도 화해를 했다. 하느님께서는 정말 신비로운 방법으로 일을 하신다. 나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하느님을 향하였던 그 젊은이의 인생 여정들을 내 안에 소중히 간직할 것이다.
끝으로 자신이 에이즈에 감염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진 분들을 위해 아무 염려없이 감염여부에 대한 혈액검사 결과를 알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드리고 싶다. 자세한 사항은 전화 1588-5448로 문의하면 된다.
노인조 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