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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선교의 진정한 의미

신은주 크리스티나 선교사 하느님 자비 복음의 종 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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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좋아?” 열이면 열 처음 만난 사람은 누구나 물어보는 질문이다. 처음엔 영혼 없이 “그럼”이라고 대답했지만, 해를 거듭 할수록 “당연하지”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치안도 나쁘고 길거리도 지저분하고 불편한 것들도 많았지만, 유난히도 사람 냄새 나는 그곳이 좋았다.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아팠고, 눈물이 났고, 기뻤다.

내가 살던 공소 근처에서 아이 12명을 키우며 사는 한 엄마를 알게 됐다. 앞니가 다 썩은 그는 나보다 두 살이나 어렸다. 이 가난한 동네에서 눈이 작은 동양인이 말을 거는 게 신기했던지 시간 되면 집으로 놀러 오라고 초대해 줬다. 나는 시간 날 때마다 그의 집에 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집을 보고 공사현장인가 싶었다. 집 바닥은 그냥 길거리와 다름없는 비포장바닥이었다. 구멍이 숭숭 뚫린 지붕이라도 없었다면 집인지도 몰랐을 거다. 없는 살림에 내가 왔다고 카리타스에서 받은 빵과 과자를 꺼내 줬다. 물질적으론 부족하지만, 그의 넓은 마음에 콧잔등이 찡해 왔다.

아이 12명 중 8명은 열두 살 미만이었지만, 아무도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 아이들은 엄마를 따라 도심 큰 역으로 가서 구걸을 했고 그게 가족 생계수단이었다. 동네 사람들 대부분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시간 날 때마다 그와 그의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를 전해 주기 위해 몸짓으로 나눴다.

어느 날 그는 점심을 꼭 먹으러 오라 했다. 밥을 먹고 나니, 밥 먹으러 와 줘서 고맙단다. 화장실을 써도 되냐고 물어봐 줘서 고맙고, 이렇게 사는데 아무 말 하지 않아서 고맙단다. 내가 한 건 놀고 먹고 싼 게 다인데,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고맙다는 그에게 내가 더 고마워 또 콧잔등이 찡해 왔다. 주님께선 선교란 주옥같은 말을 하고, 엄청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며 그 사람이 하느님께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몸짓 발짓으로 전하는 것으로 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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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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